日, 16일부터 15% 적용…가격 경쟁력 위기
합작공장 단속 겹쳐 대미 사업 불안 확대
중국, 내년 국내 시장 안착…국산차 점유율 위협
최근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수출과 내수 동시에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발 고율 관세와 규제로 인한 불확실성은 수출 경쟁력을 흔들고, 중국 전기차의 저가 공세는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 점유율까지 잠식할 위험으로 다가온다. 산업 전반을 위협하는 이중 악재 속에 완성차 업계는 생존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본지는 2편의 기획을 통해 대외 규제·관세 리스크와 중국발 전기차 공세라는 당면 문제에 대해 살펴보고, 한국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과제와 대응 방향을 진단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김연지 기자]한국 자동차 산업이 사면초가 상황에 몰렸다. 대외적으로는 미국발 고율 관세와 각종 규제 리스크가 기업을 압박하고, 국내에서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침투가 본격화하며 산업 생태계가 흔들리고 있다.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위협받는 가운데, 업계는 생존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5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7월 대미 완성차 수출은 80만110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87만4182대)보다 8.4% 감소했다. 7월 수출 물량은 10만4718대로, 미국이 자동차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한 4월(12만4745대) 대비 16.1% 줄었다.

대미 자동차 수출액도 4월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4월 28억9000만 달러(-19.6%) △5월 25억1600만 달러(-27.1%) △6월 26억9000만 달러(-16.0%) △7월 23억2900만 달러(-4.6%) △8월(1~25일) 15억8000만 달러(-3.5%)를 기록했다. 관세 부담이 장기화하면서 한국산 완성차의 가격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 미국발 규제·관세 압박…수출 경쟁력 흔들

미국이 이달 16일부터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하면서 국내 완성차 업계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한국산 자동차에는 여전히 25% 고율 관세가 적용되고 있어 일본과의 격차는 10%포인트에 달한다. 당초 지난 7월 한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15%로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행정 절차가 지연되면서 한국차는 여전히 25%의 고율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일 간 대미 관세 역전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차의 판매 경쟁력이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과거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일본차보다 낮은 관세 혜택을 누렸지만, 이제는 오히려 10%포인트 더 높은 관세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 약화는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현대차 쏘나타는 2만6900달러로 토요타 캠리(2만8400달러)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하지만 관세 격차가 반영되면 가격 우위는 뒤바뀐다. 소형차 기준으로 일본 경쟁 모델 대비 1대당 약 200만 원가량 더 비싸질 수 있으며, 대형·프리미엄 차종의 경우 격차는 더 벌어진다.

그간 현대차와 기아는 점유율 하락을 막기 위해 가격 인상 대신 관세 부담을 떠안아 왔다. 그 결과 올해 2분기 현대차는 8280억 원, 기아는 7860억 원의 관세 비용을 감내하며 영업이익이 줄었다. 2분기에는 관세 시행 전 수출 물량을 앞당겨 선적하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3분기부터는 이 방법도 어려워져 충격은 더 커질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 관세 격차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으면 수출 감소와 이익 축소가 구조적 리스크로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SK증권은 대미 관세 영향으로 현대차는 올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약 1조 원, 8272억 원 줄고 기아는 같은 기간 7634억 원, 6156억 원 감소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같은 교착 국면은 후속 협상 난항과 맞물리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면담했지만 성과 없이 귀국했고,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다시 방미에 나선 상황이다. 미국은 일본이 수용한 투자 구조와 이익 배분 방식을 한국에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이민당국이 현대차·LG엔솔 합작공장에서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을 체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숙련 인력의 공백과 법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할 경우 생산 일정과 투자 계획 전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세 부담에 더해 투자·노무 리스크까지 얽히며 기업들의 대미 사업 운영은 한층 더 불안정해졌다는 평가다.

◆ 중국 전기차 탈출형 공세…내수 잠식 가속

국내에서는 중국 전기차 업체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BYD는 소형 SUV '아토3', 중형 세단 '씰'에 이어 SUV '씨라이언7'까지 잇따라 선보이며 입지를 넓히고 있고, 지리차의 고급 브랜드 지커도 한국 법인을 세우고 내년 초 진출을 준비 중이다. 

중국 현지 업계는 정부 보조금에 힘입어 기술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렸지만, 과도한 가격 인하 경쟁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전기차 산업의 '비이성적 경쟁'을 규제하겠다고 밝히며 무분별한 가격 전쟁과 공급 과잉을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 같은 내수 위기가 해외 수출 확대를 자극하며, 한국 시장 공략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잉 생산에 내몰린 중국 업체들이 내수 한계를 해외로 전가하면서 한국이 새로운 주요 타깃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최영석 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교수는 "중국은 내수 과잉과 경쟁 과열로 기업들이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 내몰리면서 해외로 탈출하고 있다"며 "동남아는 이미 장악했고 일본은 보급 속도가 느려 한국을 집중 공략하는 상황이다. 한국 진출이 아닌 한국으로 탈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은 국내 업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과 가성비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어 공세가 본격화되면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할 가능성이 크다. 최 교수는 "내년 말이면 중국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 상당 부분 안착하면서 국산차 점유율이 60% 아래로 떨어질 수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내 업체 구조조정이 새로운 공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단기적으로는 도산하는 기업들이 늘어나 경쟁자가 줄어드는 듯 보이지만, 결국 살아남은 대형 업체가 시장을 흡수해 몸집을 키우고 해외 공세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전기차 러시가 단순한 수출이 아닌 '내수 탈출' 성격을 띠는 만큼,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방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만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규제 장치를 통해 시간을 벌고 그 사이 차별화 전략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