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KDB대우증권 인수전이 본격화되면서 정부의 입김이 어느 정도까지 작용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인수 후보자 수장 간의 학연·지연 등이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같은 값이면 임 위원장과 가까운 수장이 조금 더 인수전에서 유리하지 않겠냐는 분석에서다. 인수가 외에 누가 정부나 금융당국의 코드에 맞게 대우증권을 활용할 수 있느냐가 이번 인수전의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가에서는 초반에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KB금융지주의 대우증권 인수 가능성이 다소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KB금융지주는 막강한 자본력을 갖춘 데다 KB투자증권의 약한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명분까지 갖추면서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외환은행, 우리투자증권, ING생명 등 인수전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던 KB금융지주는 지난 6월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인수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윤종규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KB투자증권은 580명의 임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1863명), 한국투자증권(2457명)에 비해 인수 후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강점이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구조조정으로 증권가 시위 등 혼란이 일어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증권사 M&A 활성화, NCR(영업용순자본비율) 변경, 프라임브로커 육성 등 그간 일관되게 증권산업 대형화정책을 펼쳐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에도 한국형 투자은행(IB) 육성을 내세우면서 자기자본 3조 이상 대형 증권사의 기업대출 한도를 자기자본의 100%로 늘리는 방안 등을 내놓기도 했다.
이에 KB금융지주가 대우증권의 새주인으로 낙점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말 기준 KB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6200억원으로 대우증권(4조3200억원)과 합친다고 해도 현재 자기자본 1위 증권사인 NH투자증권(4조5400억원)과 큰 차이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미래에셋증권(2조4800억원+유상증자 9561억원), 한국투자증권(3조3000억원) 중 한곳과 대우증권이 합병한다면 자기자본 8조원에 육박하는 독보적인 증권사가 탄생하게 된다. 이는 금융당국의 증권산업 대형화 정책방향과 맞아 떨어진다.
문제는 산업은행의 금융자회사 매각추진위원회가 얼마나 금융당국 입맛에 맞는 선택을 할 것인가 하는 점.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증권 매각과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증권산업 대형화와 등 특별히 지시받은 사항은 없다”며 “산업은행은 대우증권을 장부가 이상으로 손실 없이 파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올 초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만을 고집하면 나중에 회사가 망가질 수도 있다”며 “대우증권은 규모가 큰 만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한 방안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인수가를 높게 써냈더라도 자본시장 발전 방향에 적합하지 않은 인수 후보는 배제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KB금융지주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는 산업은행에 대우증권 매각에 관해 기본방침만 줄 뿐이다. 매각추진위원회에서 공정하게 매각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사항을 밝힐 수는 없지만 가격 뿐 아니라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가능성’도 대우증권을 매각하는 데 고려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