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울타리 속 공동 총파업…추석 연휴 대란 우려
보안·전기·소방까지 핵심 운영 차질…소비자 피해 불가피
불가항력에도 정시성 불이익…항공사 운수권 경쟁 직격탄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공항 근로자들의 파업이 예고되면서 공항 혼잡과 항공 운항 차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파업이 실현되면 불편함은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국토부 평가 반영 등 기업 역시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게 될 전망이다.

   
▲ 공항공사 근로자들의 시위 현장./사진=부산본부공공연대 제공

1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와 전국공항노동조합으로 구성된 '전국공항노동자연대'는 오는 19일부터 전국 15개 공항의 자회사 노동자 1만5000여 명의 파업을 예고했다.

이들은 지속적인 과중근무와 인력 부족으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을 이유로 기존 '3조2교대' 방식을 '4조2교대'로 전환하고 전국 자회사들의 처우 개선 및 차별 해소를 촉구했다. 양 노조가 공동으로 총파업에 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한 노조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진행되는 해당 파업 이후 상황에 따라 무기한 파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상황에 따라’는 노조 측의 요구안이 받아 들여지지 않을 경우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이 마치 전국장애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시위를 보는 듯하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소비자의 불편을 담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항의 파업은 최근 실적이 좋지 않은 항공사들에게도 직접적인 손해를 줄 수 있어 노동법 개정에 따른 문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조 파업에 소비자 피해 불가피…연휴 대란 경고음

업계에서는 이번 파업은 최근 국내 산업계 전반에 퍼지고 있는 ‘노란봉투법(근로자 단체 행동 보호법’의 간접적 역할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노란봉투법은 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기업이나 사용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보호하는 법이다. 

이번 근로자들의 파업 역시 법적 보호 속에서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에 추석 연휴 파업 경고라는 초강수를 둘 수 있는 배경이 됐다. 파업을 시작하더라도 보안검색 등 필수유지업무는 정상적으로 가동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실제적으로 최소 업무 유지율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여 지연 시간이 늘어나는 등 고객 불편함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들 노조는 인천·김포·제주·김해 등 주요 공항에서 활주로, 청사 설비, 소방·전기 운영을 맡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사실상 공항 핵심 운영 기능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와 인천공항공사는 노조에 파업 자제를 요청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교섭 일정이나 대화 채널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

또한 인천공항공사 역시 지속적으로 공항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는 있지만 탑승 게이트 조기 개방 등 공항 혼잡에 대비한 구체적인 대책은 현재까지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국제선 이용 수요가 높은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등에서는 파업이 없던 설 연휴에도 길게는 8시간까지 지연되기도 했다”며 “주차부터 터미널 이동, 보안검색대 통과까지 파업에 의해 발생 가능한 모든 문제들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피해”라고 말했다.

   
▲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 출국하려는 탑승객들로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불가항력 파업에도 국토부 평가 반영, 항공사 피해도 우려

아울러 이번 파업은 단순히 소비자 피해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 항공업계 전반의 부담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항공사 자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아님에도 항공사 평가에 그대로 반영되기 때문이다.

통상 연례적으로 진행하는 국토교통부의 정시성 평가에는 항공사들의 지연, 결항 사례가 반영되는데 항공사 입장에서는 공항 근로자 파업이라는 불가항력 상황임에도 억울한 평가 점수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는 항공사들의 운수권 배분 시 평가되는 지표인 만큼 단순한 점수 하락을 넘어 향후 노선 확보 경쟁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또한 현재 국토부는 현재 항공사·공항 서비스 평가 항목 중 운항 신뢰성 기준에 ‘시간 단위별 지연율’ 항목을 새로 추가하는 등 지침 개정을 진행 중이다. 기존에는 항공사들이 기존 출발 시간 기준 2시간을 넘기면 이후로는 모두 같은 수준으로 평가됐으나, 개정 이후부터는 △2~4시간 △4~12시간 △12시간 이상으로 세분화한 ‘시간 단위별 지연율’이 반영돼 서비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토부 측은 “파업 영향에 따른 지연이나 결항은 특정 항공사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전체 항공사에 영향을 주는 공통 사유”라며 “정시성 평가는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이기에 점수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유의미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항공사마다 시간대별 운항 편수와 노선 구조가 다른 만큼 실제 영향은 차등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다. 

이에 더해 국토교통부와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해 1~6월 접수된 항공 여객 운송 서비스 관련 피해 구제 신청은 총 159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158건)보다 38% 늘어난 상황이다. 이전보다 항공 서비스 강화가 중요해진 시점에서 파업으로 인한 지연과 결항은 소비자 불편을 더욱 심화시키고 항공사 경영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시간대 운항 편수가 집중된 항공사들은 한 건의 지연이라도 이후의 운항 스케줄에 연쇄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상대평가 방식이 공통 사유를 고려한다 하더라도 운항 편수와 노선 구조상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공편이 지연되면 소비자들의 불만은 고스란히 항공사로 향하게 된다”며 “항공사는 정시성 점수 하락뿐 아니라 고객 신뢰 저하,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 직접적인 경영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