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 20% 체중감소 효과 보인 경구용 치료제 연구 결과 발표
한미약품 에페글레나타이드,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빅파마와 본격 경쟁
[미디어펜=박재훈 기자]비만치료제 시장의 경쟁 구도가 한층 더 치열해지고 있다. 위고비가 글로벌 시장에서 열풍을 일으킨 데 이어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가세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다퉈 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경구용 비만치료제에서 체중을 무려 20% 줄이는 임상시험 결과가 공개돼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로인해 주사제 중심이던 시장의 무게중심이 바뀔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 일라이릴리,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사진=Wikimedia Commons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일라이 릴리는 개발 중인 경구용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의 중간 임상 결과를 발표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해당 약물은 투여 환자의 평균 체중을 20%가량 감소해 현재까지 승인된 비만치료제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효능을 입증했다. 비만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돼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경구용 제형이라는 편의성과 우수한 효능이 결합된 이번 성과는 글로벌 시장 판도에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 역시 가세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미약품과 알테오젠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글로벌 빅파마에 뒤지지 않는 속도로 비만치료제 연구개발을 가속화하며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알테오젠은 자사가 보유한 바이오베터 플랫폼을 활용해 장기 지속형 바이오의약품을 개발 중이며 글로벌 기술수출을 통해 자금력과 파이프라인 확장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한미약품은 새로운 비만치료제로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GLP-1 계열 신약으로 노보 노르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가지고 있는 대표적 부작용인 위장 장애와 구역감 문제를 크게 낮췄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기존 약물이 탁월한 체중 감량 효과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복용 지속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 이슈를 안고 있는데 한미약품이 이를 개선한 약물을 내놓는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한국 제약기업들의 도전은 단순한 후발주자가 아닌 전략적 선두주자 가능성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은 비만치료지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설정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국내 제약사들 역시 이같은 흐름에 맞춰 글로벌 임상, 해외 파트너십, 기술수출 등의 다각적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한미약품의 경우 이미 다수의 글로벌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을 병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상용화되면 단순히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라이선스 아웃 가능성도 큰 것으로 평가된다. 알테오젠은 자사의 원천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며 관건은 임상 속도를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시장은 노보 노르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양강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두 회사의 약물들이 지닌 한계가 분명한 만큼 차세대 치료제 진입 기회는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복용 편의성을 극대화한 경구제, 부작용 부담을 줄인 장기 지속형 주사제 등 새로운 옵션이 환자와 의사들에게 각광받고 있다는 점이 국내 제약사가 틈새를 공략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비만은 심혈관질환, 당뇨병, 각종 대사증후군과 직결되는 대표적 만성질환으로 WHO(세계보건기구)가 지정했다. 이로인해 단순한 외형 개선 차원을 넘어 보건의료 비용 절감, 삶의 질 개선과도 직결돼 치료제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일라이 릴리의 경구용 비만치료제는 내년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도 경구용 비만치료제인 오포글리프론을 개발하고 있어 새로운 제형에 대한 경쟁도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미약품의 에페글라나타이드는 내년 하반기 출시를 앞두고 있어 빅파마와 본격적인 경쟁구도를 이룰 예정이다. 

한편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지난해 27조3000억 원에서 연 평균 14.4%씩 성장해 오는 2028년에는 53조6400억 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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