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세 시대, 해운업 생존 전략은 ‘선제적 대응’
HMM, 내부탄소가격제 도입으로 투자 원칙 재편
‘그린호’ 취항… 메탄올 연료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제해사기구(IMO)의 넷제로(탄소중립) 규제가 본격화될 전망에 따라 해운사들의 선제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HMM의 경우 내부탄소가격제 도입, 친환경 선박 확보, 목표 시점 조정 등 적극적인 전략을 통해 국내 해운사 중 가장 앞서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 HMM 건화물선 '글로벌 트러스트'호./사진=HMM 제공

19일 업계에 따르면 노르웨이 선급협회(DNV)는 지난 16일 발간한 ‘2050 해운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IMO 회원국들이 다음 달 넷제로 프레임워크를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 경우 2028년부터 해상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해 톤당 100달러 수준의 탄소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해운업계가 규제 대응을 곧바로 수익성 유지와 직결된 과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HMM은 국내 해운사 가운데 가장 발 빠른 대응 전략을 내놓고 있다. 먼저 회사는 최근 투자와 선박 구매 원칙에 ‘내부탄소가격제(Internal Carbon Pricing)’를 도입해 선박이나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 예상 탄소배출량을 비용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 제도는 선박이나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평가할 때 예상되는 탄소배출량을 비용으로 환산해 반영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같은 규모의 선박이라도 탄소배출량이 많으면 미래의 규제 비용이 더해져 투자 가치가 낮아지고 반대로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선박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평가를 받게 된다. 

HMM은 올해 하반기 선박별·시기별 탄소세 시나리오를 산출해 내년 초 내부탄소가격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 규제 역시 자리한다는 평가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월부터 ‘FuelEU Maritime’ 규정을 시행했다. 이는 EU 항만에 드나드는 모든 대형 선박이 2025년부터 단계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도록 강제하는 법으로 2029년까지 매년 탄소배출을 2%씩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입항 직전 영해에 근접할 때만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식의 편법도 있었지만, 규제가 강화될수록 이런 방식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실질적인 연료 전환 없이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HMM은 이러한 흐름을 반영해 지난해 9월 ‘2030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면서 탄소중립 달성 목표 시점을 기존 2050년에서 2045년으로 5년 앞당겼다. 

HMM이 EU와 IMO 규제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노선을 많이 운영하고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목표를 당기는 것이 장기적으로 규제 비용을 줄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일환으로 HMM은 기존 선대의 경우 선체 저항을 줄이기 위해 프리미엄 방오도료 도입, 구상선수(선박의 앞 모양)를 운항선속에 적합한 형태로 변형하는 등 효율 개선에 힘써왔다. 또한 항로, 속도, 화물 적재 등을 최적화하는 운항 기술 개선도 병행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친환경 선박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HMM은 2023년 2월 HD현대삼호중공업(7척)과 HJ중공업(2척)에 발주한 9척의 9000TEU급 메탄올 연료 컨테이너선 중 첫 번째 선박인 'HMM 그린호'를 지난 3월 인수했다. 

이 선박은 바이오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해 기존 화석연료 대비 탄소배출을 65% 이상, 황산화물(SOx)은 100%, 질소산화물(NOx)은 80%까지 저감할 수 있다. 또한 유럽연합(EU)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TS)에서는 탄소배출 감축량이 65% 이상인 연료를 사용할 경우 탄소 발생량을 '0'으로 간주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했다.

업계에서는 HMM의 이같은 행보를 ‘규제 리스크를 기회로 바꾸려는 전략’으로 평가한다. 글로벌 기준이 표준화되면 선제적으로 저탄소 선박을 확보한 해운사는 경쟁사보다 규제비용을 줄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탄소 감축 실적을 거래해 수익화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는 이유다.

HMM 관계자는 “최근 메탄올, LNG 등 친환경 연료 선박 확대로 HMM의 ‘2045 넷제로’ 목표 달성에 더 가까워 졌다”며 “암모니아, 수소 등 다양한 차세대 친환경 연료 연구 개발에도 적극 참여해 친환경 경영을 지속 실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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