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글로벌 시장에서 지속가능항공유(SAF)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유업계의 설비 투자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정부 미흡한 지원과 정유업계의 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대규모 투자가 쉽지 않았으나 정부의 정책 지원이 본격화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질 전망이다. 이에 그동안 정체돼 있던 SAF 투자에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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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석유화학단지./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1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SAF 시장은 지난해 17억 달러 규모에서 2034년 746억 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 같은 시장 확대는 세계 각국에서 SAF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EU(유럽연합)는 당장 올해부터 SAF 의무 혼합 비율을 2%로 정했고 2030년에는 6%, 2035년에는 20%, 2050년에는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미국도 2050년까지 항공유 100%를 SAF로 공급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일본도 2030년까지 SAF 사용 비중을 10%로 정했다.
글로벌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국내 정유업체들도 SAF 관련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폐식용유를 활용해 기존 설비에서 SAF를 생산하는 성과를 냈고, 국내는 물론 유럽, 일본 등에도 SAF를 공급하고 있다.
◆SAF 필요성 인식했지만 투자 ‘주춤’
그러나 국내 정유업체들은 SAF 생산 확대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전용 설비 도입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비 투자 비용이 약 1조 원으로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정유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점도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곱힌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상반기 석유사업에서 4300억 원의 적자를, S-OIL도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 3655억 원을 기록했다. GS칼텍스도 같은 기간 1414억 원, HD현대오일뱅크는 2102억 원의 적자를 보였다.
또 SAF의 경우 기존 항공유를 생산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들어가면서 수익성 확보에 확신이 없다는 점도 투자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SAF 전용 설비 구축에 대한 검토는 이어지고 있는 것이 맞다”면서도 “투자 부담이 큰 데다 최근 실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실제 실행까지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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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에너지의 SAF 연속 생산이 가능한 설비 전경./사진=SK이노베이션 제공 |
◆정부 정책 지원 본격화…투자 확대 기대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이 본격화되면서 정유업계의 SAF 관련 투자 의사결정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19일 SAF 얼라이언스 공식 출범하고 SAF 관련 기술에는 연구개발비 최대 40%, 시설투자비에 최대 25% 세액공제가 적용하기로 했다.
그동안 정부의 지원은 다른 국가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되는 SAF에 대해 갤런당 1.75달러 세액공제를 제공하고, SAF 생산 시설을 구축한 기업에게 1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도 지원한다. 일본도 SAF 제조 설비 구축에 3368억 엔을 지원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그동안 임시투자세액 공제 등 제한적인 수준의 혜택만 제공해 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번 조치를 계기로 정부의 지원이 본격화되면서, 정유업계의 투자 분위기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027년부터 SAF 혼합의무비율을 1%, 2030년 3~5%, 2035년에는 7~10% 수준으로 확대해 국내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정유업체들에게 투자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대규모 설비 투자에 대한 명분과 필요성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사용 비중 확대는 판매처 확보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며 “SAF 생산을 늘리려면 전용 설비와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만큼 정부의 지원은 확실한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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