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LG에너지솔루션-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내 비자 구금 사태로 조지아주 등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일정에 차질을 빚었음에도 불구하고 공급망 다변화와 현지 생산 거점 확대라는 중장기 전략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기업들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주요 파트너십을 강화하면서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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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애리조나공장 조감도./사진=LG에너지솔루션 |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사태로 인한 단기적 일정 연기에도 불구하고 북미 투자를 차질 없이 이어가는 모습이다. 특히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 이후 현지 공장의 안정적 가동과 공급망 내재화는 전기차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절대 조건으로 평가되는 만큼 투자 포기나 축소는 고려 대상조차 아니라는 분위기다.
◆"비가 오고 더 굳건히"…투자 지속 '변함없어'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은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오하이오, 테네시, 조지아 등지에서 예정했던 공장 건설 계획을 원안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투자 규모 확대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북미 전기차 판매 확대에 맞춰 배터리 공급 안정화 전략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현재 미국 내 배터리 조달의 60~70%를 SK온으로부터 받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향후 시장 수요 증가에 대응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아이오닉 시리즈의 판매 증가와 제네시스 전동화 라인업 현지 진출을 본격화하면서 현지 배터리 파트너십 확대의 중요성도 커졌다.
SK온은 현대차그룹과 추진 중인 조지아주 합작 배터리 공장의 투자를 재개하면서 속도를 내고 있다. 양측은 공사 재개에 속도를 내 내년 1분기까지 총 4개 라인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완공 이후에는 합산 연간 수십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능력이 확보돼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현지 공급 안정성이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 또한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북미 투자 확대 기조를 흔들림 없이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단속 이후에도 사업 축소 내지는 철수 계획은 없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LG엔솔은 오하이오, 미시간 등지의 GM(제너럴모터스)과의 합작 공장뿐 아니라 테네시, 애리조나 투자 프로젝트도 계획한 일정에 맞춰 진행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되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내 배터리 생산 확대와 대규모 투자 계획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SK온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오히려 ‘현지화 강화’라는 전략적 방향성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북미산 배터리 공급망 중심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한국 배터리 3사의 협력 거점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해석이다. IRA 세액 공제 요건 충족을 위해 현지 공장 가동과 공급망 내재화는 향후 전기차 시장 점유율 경쟁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기적으로는 일정 지연을 발생시켰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과 현대차그룹이 '위기 대응력'을 입증하는 기회가 됐다고 평가한다. 미국 현지 이해관계자들 역시 조기 정상화를 위한 지원에 나섰다는 점에서 한국 기업들의 북미 투자 행보가 되레 정치 및 경제적 결속력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비자 문제 해결 현지에서 속도…비자 수수료 문제는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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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톰 수오지(민주·뉴욕) 하원의원은 19일(현지시간) 뉴욕시 퀸스 더글라스턴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E-3' 전문직 비자 쿼터에 한국을 추가하는 내용의 법안을 재발의했다고 밝혔다. 회견 후 수오지 의원(오른쪽 네번째)과 한인단체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이번 구금 사태 이후로 일명 비자 리스크가 부각되자 정부와 국내 기업들 외에도 문제 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사태와도 별개로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관련 행보가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톰 수오지 미국 하원의원은 19일(현지시간) 뉴욕시 퀸스 더글러스턴 지역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E-3' 전문직 비자 쿼터에 한국을 추가하는 내용의 법안을 재발의했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당초 호주 국적의 전문직들을 위해 마련됐던 E-3비자에 한국 국적자를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호주는 앞서 2004년 FTA(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별도로 1만500대의 전문직 비자 쿼터를 확보했다. 하지만 매해 비자 쿼터가 남는 상황이다.
수오지 의원은 회견에서 "우리 모두 얼마 전 조지아주에서 일어난 현대차-LG엔솔 공장에 대한 급습 소식을 들었고, 이는 미국이 좋은 친구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매우 끔찍한 장면으로 보여줬다"라고 법안 재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이 리쇼어링 정책을 펼치고 있는 만큼 투자 의사를 밝힌 기업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도 리스크로 작용한다. 단지 국내 기업들의 생존을 넘어 미국도 규제 문제 해결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외에도 미국 현지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나 JP모건 등의 규모가 큰 기업들도 비자 이슈를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19일(현지시간) 사내 이메일로 자사의 H-1B 비자 보유자들에게 "당분간 미국 내 체류해야 한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전문직 유치를 위해 발급됐던 H-1B 비자의 신청 수수료가 기존 1000달러에서 100배 수준인 10만 달러로 인상되기 때문이다.
비자 규제가 바뀌는 만큼 직원들의 체류에 문제가 생길 것을 고려한 조치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비자 수수료를 높이는 만큼 인력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자리잡은 H-1B 비자도 더 이상 안정권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제는 수수료가 1인당 1년치이고 체류 기간 매년 갱신해 추가로 지급해야하는 만큼 국가별로 별도 규제를 통해 인재를 유입시키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미국에 법인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주재원용 비자인 L-1 비자와 E-2 발급받아 직접적인 영향은 적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다른 기업들과 달리 한국이 비자 규제 대응을 잘 마무리한다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도 바라보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비자 프로그램 개편 포고문 서명식에서 "빅테크 기업이나 다른 대기업은 외국인 노동자를 교육해왔고 이제 그들은 정부에 10만 달러를 지불하고 급여도 지급해야 한다"며 "누군가를 교육하려면 미국의 위대한 대학 중 한 곳에서 최근 졸업한 인재 즉 미국인을 교육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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