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1차 시추 실패에도 잠재성 주목한 BP 복수 회사들 참여 희망
국정과제→석유공사 자체 사업 조정…리스크 줄이면서 가스전 확인 나서
[미디어펜=서동영 기자]첫 시추가 불발되면서 전망이 불투명했던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가 해외 투자 유치를 통해 되살아날 가능성이 생겼다. 

   
▲ 지난해 12월 동해심해 가스전 유망구조에 석유·가스가 묻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부산 남외항에 입항한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

2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동해 심해 가스전 2차 탐사시추부터 사업에 참여할 해외 사업 파트너를 찾기 위한 국제 입찰 절차를 지난 19일 마감한 결과, 영국 BP를 비롯한 복수의 석유 메이저 기업들이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혔다. 

석유공사는 앞으로 투자유치 자문사(S&P Global)를 통한 입찰 평가 및 입찰 제안서를 검토해 적합한 투자자가 있다고 판단되면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다만 7개 유망 지질 구조 중 '경제성 없음'으로 최종 확인된 대왕고래를 제외한 나머지 6개 유망구조만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대왕고래로 알려진 동해심해가스전 개발 프로젝트는 포항 동쪽 해상인 동해 8광구와 6-1광구 일대의 유망구조에서 가스·석유를 찾는 사업이다. 동·서·남해 대륙붕의 자원 개발을 목표로 한 석유공사의 '광개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석유공사는 자문사 액트지오의 탄성파 분석 결과를 토대로 '대왕고래'를 포함한 7개 유망구조에 최대 140억배럴의 가스·석유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사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동해심해가스전 프로젝트는 경제가 아닌 정치적 상황에 휘말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탐사시추도 하기 전인 지난해 6월 물리탐사 자료만을 갖고 '산유국의 꿈'을 자극하는 '국정 브리핑'을 자청해 논란을 유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예산 지원 등 당시 정부의 강력한 지원 속에서 시작된 사업은 첫 탐사시추를 앞두고 윤 전 대통령 탄핵 사태라는 '암초'를 만났다.

윤 전 대통령이 직무 정지된 가운데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첫 탐사시추가 진행됐지만 결과는 '불발'이었다. 유전 지층 구조인 '석유 시스템'은 양호한 것으로 확인했지만, 경제성 있는 가스전으로 개발할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에 사업 불투명성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하던 민주당은 사업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민주당은 올해 예산에서 2차 탐사시추 이후 투입하려던 동해 심해가스전 개발 예산 497억 원을 전액 삭감하기도 했다. 이후 '국정과제'로 여겨지던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은 정권이 바뀌면서 다시 석유공사의 자체 사업으로 추진하게 됐다. 

석유공사는 심해 가스전 개발 능력과 투자 구조 평가를 비롯한 국익 극대화 방안 등을 고려해 사업 파트너를 정하게 된다. 해외 투자사가 확정되면 해당 기업이 자금을 대는 것 말고도 2차 탐사시추 위치 선정 등 탐사와 생산 시설 구축 등 전 과정에서 심해 개발 노하우를 주도할 전망이다. 해외 기업의 투자 유치를 통해 자원 탐사 업체와 자원 채굴 권한·이익을 나누는 대신, 자원 탐사에 들어가는 자금과 투자 리스크를 분산하겠다는 의도다.

한국으로서는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 리스크를 절반 이하로 낮추면서도 개발 성공 때는 51% 지분을 가진 석유공사가 과반 이익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정부는 최대 33%의 조광료를 거둬들이고, 협상에 따라서는 사업 참여 기업으로부터 일시금인 '사이닝 보너스'를 별도로 받을 수도 있다.
[미디어펜=서동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