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철강업계가 미국의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올해 수출을 늘리며 선방하고 있다. 미국으로의 수출은 다소 감소했지만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등 신흥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한 결과다. 철강업계는 수출 시장 다변화 전략을 통해 향후에도 대외 통상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수출 기반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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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생산된 철강제품./사진=포스코 제공 |
22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우리나라의 철강 수출량은 1897만6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844만4000톤 대비 53만2000톤(2.9%)이 증가했다. 글로벌 철강 수요 침체와 미국의 관세 조치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수출 성과는 동남아시아와 중남미 등 신흥시장으로 수출을 다변화 전략 덕분이다. 실제로 올해 8월까지 동남아시아로의 철강 수출량은 390만2000톤으로 전년 동기 334만8000톤 대비 55만4000톤(16.5%) 늘어났다.
같은 기간 중남미로의 수출도 225만2000톤을 기록해 전년 동기 203만5000톤과 비교해 21만7000톤(10.7%) 증가했다.
◆미국 관세에 수출 타격…신흥시장으로 상쇄
미국으로의 수출은 관세 부과가 본격화되면서 타격을 받았지만 신흥시장 중심의 수출 확대가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한 셈이다. 미국은 지난 3월 12일 수입산 철강재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6월 4일부터는 50%로 인상하며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했다.
이로 인해 8월까지 미국으로의 수출은 173만1000톤으로 전년 동기 192만6000톤 대비 19만5000톤(10.1%)이 줄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미국 관세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수출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결국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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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국제강그룹 멕시코 스틸서비스센터./사진=동국제강그룹 제공 |
◆신흥시장서 기회는 이어진다
국내 철강업계는 신흥시장에서 인프라 구축 등으로 철강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고 수출 확대 전략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전략 제품 및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출량을 늘려갔으며, 기술 교류는 물론 간담회를 통해서도 서비스 차별화를 실현하며 고객과의 신뢰도를 높였다.
특히 현지화에도 공을 들였다. 동국제강그룹은 멕시코·태국·베트남에 스틸서비스센터(SSC)를 두고 있으며, 포스코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해외 법인을 운영하며 현지 판매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도 동남아시아와 중동에서는 철강 수요 증가가 지속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인도네시아에서는 현대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에너지 프로젝트도 추진하면서 철강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페루,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들도 도로·철도·공항 등 기반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국내 철강업체들은 신흥시장에 대한 공략을 이어가며 수출 다변화와 현지 맞춤형 전략으로 불황을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신흥시장에서는 철강 수요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현지 생산량은 부족해 국내 철강업체들에게 수출 기회가 있다”며 “제품 기술력에서는 국내 철강업체들이 경쟁우위가 갖고 있는 만큼 품질과 서비스를 앞세운다면 판매를 늘려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U·멕시코 등 보호무역 강화 조치는 부담
다만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출 다변화 전략 속에서도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은 여전히 부담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EU)은 다음 달 중순까지 수입산 철강재에 대해 강력한 보호 조치를 채택할 방침이다.
또 멕시코도 FTA를 맺지 않은 국가에 대해 최대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도 멕시코와 FTA를 체결하지 않았으며, 관세 부과 품목에 철강재도 포함됐다.
이처럼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도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경우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출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철강 전문가는 “보호무역주의 확대는 국내 철강업체들의 수출 시장 확대에도 한계가 생길 수 있다”라며 “한정된 시장을 가지고 저가 밀어내기 수출을 하는 중국과 경쟁이 심화되면 수익성에서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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