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조선업계가 우려했던 2029년 이후 수주 공백이 점차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조선사들은 2028년까지 약 3년 치 일감을 확보하며 안정적 생산 일정을 이어왔지만 그 이후의 수주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점이 업계의 고민이었다. 다만 최근 글로벌 선사들의 신규 발주 움직임과 국제 협력 프로젝트들이 속속 가시화되면서 2029년 이후 먹거리가 창출되고 있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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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중공업 LNG운반선./사진=삼성중공업 제공 |
24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미쓰이 OSK 라인즈(MOL)는 2035년까지 LNG 운반선 선대를 현재 107척에서 150척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최소 40척 이상의 신조 발주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총 발주 규모는 100억 달러(약 1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국내 조선사들에겐 2029년 이후 먹거리 확보의 첫 단추로 평가된다. 실제 MOL은 앞서 삼성중공업에 에탄운반선 5척, LNG 운반선 등을 발주한 이력이 있어 업계에서는 이번 선대 확장 전략이 향후 국내 조선사들의 발주 확대를 이끄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발주도 다시 살아날 전망이다. 앞서 국내 조선소의 주력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자리잡아온 LNG운반선은 지난해부터 기저효과 영향으로 발주세가 한풀 꺾여왔다.
이에 따라 조선3사는 대형 컨테이너선 수주로 공백을 매우며 올해 목표치를 메우는 중이다. 다만 업계에선 향후 글로벌 LNG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며 LNG선 발주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글로벌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내년 8000만 톤 규모의 신규 LNG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연내 최대 1억 톤 규모의 최종투자결정(FID)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석 연료 부활 정책에 힘입어 LNG의 수요와 이동이 증가할 것이란 이유다.
그 일환으로 노르웨이 에퀴노르는 LNG 운반선 최대 4척 발주를 조율 중이고 그리스 가스로그도 1척 신조 발주를 검토하고 있다. 세계 2위 해운사인 머스크 역시 LNG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최대 12척 발주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물량은 국내 조선소의 건조 일정 상황을 감안하면 대부분 2029년 이후 먹거리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LNG운반선의 발주량이 눈에 띄게 줄긴 했지만 여전히 기술 난도가 높아 품질 면에서는 한국 조선사의 경쟁력이 뚜렷하다”며 “LNG 수요가 다시 늘어날 경우 글로벌 톱티어 선사들은 품질과 신뢰도를 이유로 한국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상선 발주에만 기대지 않는 새로운 성장 동력도 부각되고 있다.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는 국내 조선사에 또 다른 기회로 꼽힌다. 미국이 자국 조선업 재건을 위해 추진 중인 이 프로젝트에서 한국은 기술 파트너로 참여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또한 MASGA의 대표 수혜 사업인 MRO 역시 전통적으로 신조 대비 수익성이 낮다고 평가돼 왔지만 최근 친환경 규제 강화와 선박 대형화로 인해 개조·정비 수요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2029년 이후 조선사들이 신조 수주 공백 우려를 겪을 수 있는 상황에서 MRO 사업은 일감 부족을 일부 상쇄할 수 있는 버팀목으로 거론된다. 신조 발주가 경기 사이클과 글로벌 해운사의 투자 계획에 크게 좌우되는 반면 MRO는 이미 운항 중인 선박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 수요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2028년 이후 불안 요인으로 지적됐던 수주 공백을 글로벌 발주와 국제 협력으로 메울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LNG 프로젝트 본격화, MOL의 대규모 발주 계획, 머스크 등 글로벌 해운사의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 MASGA 협력까지 겹치면서 2029년 이후의 먹거리 역시 풍성해질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MASGA 참여는 방산·군수 분야에서 새로운 일감을 가져다 줄 수 있다”며 “2029년에도 조선사들은 조건만 맞는다면 언제든 적극적으로 수주 경쟁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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