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정부 주도의 1조 원 규모 ESS(에너지저장장치) 입찰이 오는 10월 열리면서 배터리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 지난 1차 입찰에서 삼성SDI가 압도적 우위를 보였던 가운데 2차에서도 비가격성이 평가의 중점이 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경쟁사들도 국내 생산라인 전환을 통한 대응 전략에 나서면서 치열한 수주전이 예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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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SDI의 ESS 신제품 SBB 1.5를 인터배터리 전시에서 선보이고 있다./사진=삼성SDI |
25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오는 10월 공공 조달용 ESS 2차 입찰을 추진한다. 총 규모는 약 1조 원으로 정부가 전력망 안정화와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발주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해당 수주의 규모는 540㎿로 공급시기는 2027년 12월이다. 전력거래소는 2차 사업의 평가 체계 개선을 마무리한 뒤 10월 2차 ESS 중앙계약시장 공고를 낼 계획이다.
이번 조달은 올해 초 1차 입찰에 이은 것으로 국내 3사 배터리 기업들의 다시 경쟁에 나선다. 앞선 1차 수주에서는 결과적으로 삼성SDI가 전체 물량의 76%를 확보해 압승을 거뒀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전력거래소는 당시 1차 입찰에서 산업 생태계 유지 기여도, 국산화율, 안전성 등 다양한 요소를 평가에 반영했다. 가격 경쟁력보다는 국내 생산에 초점을 둔 비가격성 지표가 수주의 관건이 됐다.
특히 이번 2차 사업에서는 비가격 평가 비중이 한층 강화될 예정이다. 1차에서는 40%였던 배점 기준을 50%로 확대했기 떄문이다. 산업·경제 기여도 항목이 비중 있게 평가될 가능성이 높아 단순히 저가 경쟁만으로는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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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에너지솔루션 충북 오창공장 전경./사진=LG에너지솔루션 |
1차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전략 변화를 서두르고 있다. 두 회사는 해외 공장에서 ESS 제품을 공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국내 생산라인을 ESS 전용으로 일부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급시기가 2027년 12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라인 전환에 필요한 시간은 충분하다는 반응이다.
SK온은 충남 서산 공장 전기차 전용 생산 라인을 ESS라인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중국 난징 공장에서 생산하던 LFP(리튬, 인산, 철) ESS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내에서는 충북 오창공장의 ESS용 라인을 LFP로 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해당 움직임은 입찰 평가에서 국산화율을 높게 인정받고 정부가 강조하는 국내 산업 활성화 기조에 부합하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번 비가격성 지표가 확대됨에 따라 삼성SDI는 1차에 이어 2차 수주에서도 유리할 것이라는 평가다. 특히 ESS 전용 라인의 고도화와 안정성 입증에서 강점을 드러낸 것이 주효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다고 분위기다. 정부가 지나친 쏠림 현상을 완화하고자 특정 기업에 편중되지 않는 결과를 유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수주에 관해 정부가 최우선 목표로 놓는 것은 ‘안정성과 국산화율’이기 때문에 단순한 정치적 균형 차원의 배분은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편 ESS는 전력수급 조절과 재생에너지 간헐성 보완의 핵심 수단으로 정부의 ‘탄소중립 2050’ 목표 달성의 중추 설비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 규모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에게 이번 입찰은 단순한 조달 사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수주 실적은 향후 레퍼런스 확보와 해외 프로젝트 진출에도 직결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공 조달 사업의 경우 단순 가격 우위를 넘어 국내 제조 기반 확충과 고용 창출 효과를 어떻게 제시할지가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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