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면서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이 겹치면서 한때 실적을 뒷받침해주던 해외 사업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에 수익성 회복을 위한 글로벌 사업 재편 및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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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케미칼 LC타이탄 전경./사진=롯데케미칼 제공 |
25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말레이시아 자회사인 LC 타이탄이 실적 부진에 직면했다. 올해 상반기에 1231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상반기 1140억 원보다 손실 규모가 더 커졌다.
미국에서도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롯데케미칼의 미국 자회사 LC USA는 올 상반기 467억 원의 순손실을 봤다. LC USA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순손실 370억 원보다 순실 규모가 확대됐다.
한화솔루션의 한화케미칼 중국 닝보법인은 올 상반기 207억 원의 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상반기 영업손실 145억 원보다 적자가 확대됐다.
LG화학도 중국 생산 법인인 텐진 LG보하이는 올 상반기 143억 원 순손실, 텐진 LG보티안도 24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또 말레이시아에서 NB라텍스를 생산하는 LG 페트로나스 케미칼 말레이시아도 517억 원의 순손실을 내며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이 해외에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것은 글로벌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을 중심을 대규모 설비 증설이 이뤄졌지만 수요 회복은 예상보다 더디게 나타나면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이 커진 것이다.
게다가 공급 과잉으로 인해 현지 업체들과의 가격 경쟁까지 나타난 것도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지역이나 제품에 따라 해외에서도 이익을 내는 곳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게 맞다”며 “국내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적자를 기록하면서 전반적인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서도 ‘선택과 집중’ 필요…구조조정 본격화될까
해외 법인의 적자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사업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투자를 늘리면서 글로벌 영토를 확장했다면 앞으로는 저수익 법인이나 비효율적인 사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과 함께 선별적 투자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 법인들은 그동안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기능해왔다. 석유화학산업이 침체하기 전인 2021년에는 롯데케미칼의 해외 자회사 LC 타이탄과 LC USA는 각각 2274억 원, 1428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는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된 상태로 내실 중심의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글로벌 석유화학업계의 부진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실제로 해외 법인에 대한 매각 움직임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상반기 파키스탄 PTA(고순도테레프탈산) 생산 판매 자회사은 LCPL의 지분 전량을 979억 원에 매각했다. 스페셜티에 적합하지 않는 소재라는 판단에 따른 매각 결정으로, 향후에도 자산 경량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DL케미칼도 해외 자회사인 카리플렉스를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내에서는 이에 대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업계 내에서는 수익성 부진이 장기화될수록 해외 법인에 대한 구조조정 움직임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친환경에 대한 요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중국과 중동의 설비 증설 등을 보면 석유화학사업은 점점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국내를 물론 해외에서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전환과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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