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제5차 비전 2030 위원회…11개 부처, 57개 과제 논의
첨단산업부터 소프트파워까지…“전략 파트너십 가속화”
[미디어펜=유태경 기자]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과거 원유와 건설 중심이었던 전통 제조업에서 인공지능(AI)과 첨단산업 등 미래 지향적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또다시 손을 맞잡았다. 

   
▲ 산업통상자원부 정부세종청사./사진=미디어펜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제5차 한-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김정관 장관과 칼리드 알팔레 사우디 투자부 장관을 비롯해 양국 11개 정부 부처가 참석해 총 57개 협력과제를 논의했다.

이 위원회는 2017년 체결된 '한-사우디 비전 2030 협력각서(MoC)'에 따라 설립된 양국 간 범부처 협의체로, 에너지와 제조업뿐 아니라 스마트 인프라, 보건의료, 중소기업, 투자, 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번 회의에서는 기존 46개 과제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11개의 신규 협력과제를 추가 발굴했다.

사우디는 중동 최대 경제대국이자 글로벌사우스를 대표하는 전략 시장으로, 이번 회의를 통해 양국은 자동차, 조선 등 전통 기간산업뿐 아니라 AI, 스마트시티, 문화·엔터테인먼트 등 신산업 분야까지 협력을 대폭 확대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기존 조선 분야 협력은 HD현대중공업과 사우디 아람코가 합작한 'IMI 조선소가' 대표적이다. 이 조선소는 사우디 킹살만 조선해양산업단지 내에 중동 최대 규모인 1200만㎡로 조성 중이며, 내년 상반기 완공 예정이다. 선박엔진 조립공장도 내년 말 완공을 앞두고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현대자동차와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함께 추진 중인 자동차 생산공장이 올해 5월 착공됐으며, 오는 2027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위원회에서는 이러한 기존 협력을 바탕으로 조선 분야에서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친환경 기술공법 공동 개발을 추진하기로 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하이브리드·수소차 기술 R&D, 연료 품질 관리, 표준화 등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반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AI 및 첨단산업 부문에서도 협력이 본격화된다. 네이버는 사우디 주택공사(NHC)와 협력해 제다, 메카, 메디나 등 주요 도시에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향후 AI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시티 통합형 서비스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한 국내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 퓨리오사AI 등은 사우디 국영 AI기업 휴메인과 협력 방안을 모색 중이며, 디지털 전환 및 고성능 AI 칩 개발 등 분야에서 협업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는 영화, e스포츠, 관광 등에서의 협력 가능성도 구체적으로 논의됐다. 사우디가 자국의 ‘비전 2030’ 전략을 통해 문화 콘텐츠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류와의 접점 확대가 예상된다.

정부는 이번 위원회를 계기로 신산업 중심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국내 기업들의 중동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회의를 주재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AI, 첨단산업, 소프트파워 등 미래산업 분야로 양국 협력의 지평을 넓히겠다”며 “분과별 상시 소통체계를 구축해 협력과제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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