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이 뭐라고?" "뭐 맞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최고 우선임은 강조할 필요가 없는 명제다. 반면 국민이 최고 우선임을 내세우고 강조하는 선출 권력은 권력욕에 빠지기 쉽다. 유독 국민을 앞세우는 정치인과 정부가 갑질의 최고봉을 장식하고 더 나아가 몰락의 길로 간다. 당연함은 자연스러움인데 당연함을 강조하는 건 자연스럽지 못함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주권정부는 이재명 정부의 캐치프레이즈다. 국민이 주권의 보루는 맞지만 이걸 오독하는 건 심각한 문제다.
이재명 정부는 국민 50%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출범한 정부다. 그런데 모든 과제 앞에서 국민을 내세운다. 현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50%가 넘는 반대편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 아예 무시다. 국민주권정부를 내세우지만 국민 절반의 의견은 듣지도 보지도 않는다. 그 축소판이 국회다.
17개의 상임위 중 별반 다를 게 없지만 유독 국민의 감정을 건드리는 건 법사위다. 국회 상임위 중 노른자로 꼽히는 법사위의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6선 의원이다. 6선 의원은 세월로 따지면 30년이다. 국회의원 배지로 따지면 30년 세월이다. 일반 직장인이라면 은퇴할 즈음이다. 그런 정치 원로가 가장 핫한 난장을 만들고 있다.
슬픈 현실이다. 의원 경력 30년이라면 인생 절반 가까이를 정치판에서 보냈는데 아직도 내려놓을 게 없다는 게 국민들 보기에는 욕심이다. 더 나아가 법사위원장을 내세워 대한민국의 정치판 전체를 흔들고 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다. 그들만의 합법적 면허를 이용해 자기 정치를 하고 국민팔이에 악용하고 같다.
|
 |
|
▲ “대법원장은 뭐 맞습니다.” 권력 서열 운운한 것은 헌법에 명시된 민주적 기본질서와 가치에 정면으로 반한다. 사법부를 대표하는 대법원장은 행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과 대등한 자리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서 방청객석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사전적 의미의 법사위는 돌아보면 다음과 같다. “법제 사법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국회의 상임 위원회. 법무부, 법제처, 감사원, 헌법재판소 사무, 법원이나 군사법원의 사법 행정, 탄핵 소추, 의원의 징계, 의원의 자격 심사, 법률안이나 국회 규칙안의 체계와 형식, 자구(字句)의 심사에 관한 일을 다룬다”고 되어 있다.
법사위는 입법부의 꽃이다. 문제는 시든 꽃과 향기없는 꽃들이 권력 투쟁에 빠져벌이는 난장판이 문제다.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모든 법안들을 신속하고 빠르게, 정의에 입각해 판단해야 할 법사위가 자기 정치의 정쟁터가 됐다. 권력의 서열을 대통령이 직접 입에 올렸으니 이들의 안하무인의 작태는 날개를 달았다.
국민들의 마음은 어떨까? 선출 권력이 이럴 것이라고 생각한 국민은 얼마나 될까? 국회를 보면 국민들의 가슴은 무너진다. 특히 법사위의 행태를 보면 초등학교 토론회는 고사하고 유치원 발표회보다도 못한 낮 뜨거운 연출의 나날이다. 자괴감이 인다.
이게 대한민국 국회의 현실이다. 선출 권력을 앞세워 브레이크 없는 무소불위의 오만이다. 다가올 지방선거에 누가 나가고 누가 나오고는 다음 문제다. 이게 과연 정상적 국회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인다. 눈도장 찍기 위한 몸부림일지는 몰라도 수준이 너무 부끄럽다. 뽑은 사람이 더욱 부끄러워지는 이 아픈 현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하기에 더욱 아프다.
이번 추석 밥상은 씁쓸한 것 같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삼권분립을 파괴하겠다는 이들 앞에 부모 세대는 뭐라고 답해야 하나. 3부 요인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금껏 배운 것과 다른 이 현실을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자기 권력에 취해 춤추는 부나비들의 군무라고 말하기에는 슬픈 미래상이 아닌가.
지금 대한민국은 사법개혁이 아니라 정치개혁이 필요하다. 선출 권력을 앞세워 권력욕에 취해 국민들 앞에 망언과 망동을 일삼는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윤석열 오빠'는 애교일까? 서영교 의원이 국회에서 틀어 댄 유튜브의 내용은 그야말로 봉숭아 학당을 넘어선 코미디보다 못하다. 출처불명에 동승한 부승찬 의원도 마찬가지다. 윽박지르고 목청 높이고 얼굴 붉히는 그들을 보자면 이건 나락이 아니라 권력에 환장한 마구니들의 다툼장이나 다름없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대한민국 국회의 선출 권력이 유튜브보다 못한 아수라장이 됐을까? 반성의 의미도 없다. 선출 권력에게 준 특권 뒤에 숨어 무자비한 자기 정치와 위헌을 일삼고 있다. 국민들의 수준을 아직도 개돼지로 일고 있나. 말 그대로 우리 손으로 뽑았으니 어쩌면 자승자박이요. 축구로 말하면 자살골일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기에 심각하다. 이들이 입법부를 내세워 병풍 입법을 만든다. 나만 피해 나가든 무리가 피해 나갈 수 있는 그들만의 법을 국민이라는 이름을 팔아 장사치처럼 거래하고 주고받는다. 이건 정치가 아니라 협잡이다. 최고의 권력을 가진 협잡이 불러올 후폭풍은 상상초월이겠지만 이들 앞에는 오늘만 보이나 보다.
"대통령도 탄핵했는데 대법원장이 뭐라고…" 귀를 의심스럽게 만든 이 말은 집권여당인 더불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발언이다. 답한다 "대법원장은 뭐 맞다." 확실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에 대법원장은 뭐 맞는 걸로 명시돼 있다.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은 뭐 맞다. 선출이라고 다 같은 선출이 아닌데 도를 넘었다. 임명직도 다 같은 임명직이 아니다.
사전적으로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제외하고 대한민국의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를 이루는 3부요인은 국회의장(입법부),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사법부), 국무총리(행정부)이다.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은 사법부를 공동으로 대표하고, 한편으로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이지만 동시에 국가원수이므로 3부 요인에서 행정부의 몫은 국무총리가 차지한다"고 되어 있다.
우리 헌법은 삼권분립을 명확히 전제하고 있다. 지금 정치권이 사법부의 최고책임자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발상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위헌성이 높다. 오만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민주 세력을 자처하는 이들이 헌법을 무시하고 권력욕에 눈이 멀어 이성을 잃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주심이었던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대행의 "헌법을 한 번 읽어 보시라"고 한 말은 정치권에서 새겨 들어야 할 고언이다. 전 국민이 헌법을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자기의 주권을 찾아야 할 만큼 헌정이 위태롭다. 입법 권한을 믿고 날뛰는 법의 파괴자들에게 법은 존재하고, 법은 정대하고, 법은 양심이라는 시대의 합의임을 일깨워 줘야 할 만큼 법이 훼손되고 있다.
|
 |
|
▲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관련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추미애 위원장의 질서유지권 발동에 항의하고 있다. 추 위원장은 "정치공작, 가짜뉴스 공장, 민주당!"이라고 적힌 피켓에 대한 철거요청을 거부하며 의사진행을 방해했다며 나 의원 퇴장 조치 등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사진=연합뉴스 |
지금 대한민국 국회의 법사위는 타협과 협의와 존중과 양심이라는 모든 사회적 정의에 반하고 있다. 코미디보다 웃픈 현실이다. 최근 연산군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 ’폭군의 세프‘가 인기를 얻고 있다. 폭군의 폭주하는 욕망이 드라마처럼 인기를 얻으리라 착각하는가. 권력욕에 사로잡혀 혹 동일시 하는 있는 건 아닌가. 역사는 반복된다. 슬픈 역사든 아니든.
이재명 정부가 특급 성과로 내세웠던 관세 협상은 한 치 예상도 할 수 없는 안갯속이다. 이루어진 것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없는 희한한 정상회담을 성공적이라 대서특필하게 한 ’언론쇼‘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번 UN의 성과는 또 어느 만큼의 성공으로 국민들에게 어필될까.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한 여당은 공격은 진행형이다. 정청래 대표와 추미애 법사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법사위의 오만은 그치지 않고 있다. 선출된 권력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입법부 아래라는 민주당의 독재적 사고는 아마 쉽게 고쳐지지 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이들이 내세우는 ’국민의 이름으로‘는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이나 개혁신당 후보에 표를 준 49.5%의 국민들은 민주당에게 묻는다. 우린 국민이 아니냐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대법원장은 뭐 맞습니다.” 권력 서열 운운한 것은 헌법에 명시된 민주적 기본질서와 가치에 정면으로 반한다. 사법부를 대표하는 대법원장은 행정부를 대표하는 대통령과 대등한 자리이다.
여당 대표가 함부로 “뭐라고” 할만한 위치가 아니다. 대한민국 헌법이 최고의 서열과 동등한 위치를 부여하고 있다. 그는 과연 헌법을 읽어봤을까?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삼권분립은 어떤 뜻이었는지 제대로 이해했을까?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을 다시 한번 되짚는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삼권분립은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그래서 대법원장은 “뭐 맞습니다”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선출권력인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었다. 누구나 헌정을 뒤흔들면 가야 하는 길이다. 사법의 지엄함은 현재진행형이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