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소셜 계정에 엄포...캘리포니아 주지사 겨냥한 듯하나 우리 영화계 긴장
'기생충' 이후 미국 내 한국 영화 위상 급상승해 미국 진출에 막대한 지장 우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임기를 시작하면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치르는 '관세 전쟁'이 영화 산업으로까지 확전될 조짐이다. 트럼프의 '관세 엄포'가 할리우드 보호라는 명목으로 터져나온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미국 밖에서 제작된 영화에 대해서 100%의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트럼프는 "우리의 영화 제작 사업은 아기한테서 사탕을 훔치는 것처럼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 도둑맞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나약하고 무능한 주지사를 둔 캘리포니아주가 특히 세게 타격을 입었다. 그러므로 난 이 오래됐고 끝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밖에서 만든 모든 영화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29일 "미국 밖에서 만든 영화에 대해서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한국 영화계도 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의 이 같은 주장이 전해지면서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건 우선 야당인 민주당 출신 주지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다. LA가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 영화 시장의 메카 노릇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분히 야당 주지사를 겨냥한 트럼프의 공격으로 여겨진다.

특히 트럼프가 지난 6월 불법 이민자들을 단속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LA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지역에 주방위군을 투입하고, 대대적인 이민자 박대를 자행했던 것도 다분히 야당 주지사와 시장을 겨냥한 정치 행위였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번 '미국 밖 영화에 100% 관세'를 예고하면서 캘리포니아를 거론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여지는 부분이다.

그런데 오히려 트럼프의 이 같은 조치가 '엄한' 한국 영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최근 미국 내에서 한국 영화의 입지는 해마다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에 오른 이후 미국에서 한국 영화에 대한 위상은 단순히 '괜찮은 외국 영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게다가 그 이후 한국계인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와 최근 전세계에서 히트를 친 한국인 장성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나 메기 강 감독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미국 내 영화계에서 한국 영화의 인식을 완벽하게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미나리'나 '킹 오브 킹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비록 미국 내에서 미국의 자본으로 제작된 영화지만, 소재나 창작자가 한국인 또는 한국계라는 점은 미국 내에서 한국 영화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트럼프는 지난 2024년 재집권하기 전에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휩쓴 것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마치 미국의 영화 정신이 한국에게 좀먹히고 있다는 듯한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이미 그랬던 트럼프인지라 이번 '미국 밖 영화에 대해 100% 관세' 엄포가 단지 미국 내 야당 주를 겨냥한 것만은 아니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 다분히 미국 시장을 겨냥한 한국 영화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가능한 상황인 셈이다.

만약 트럼프가 전세계를 상대로 '관세 장사'를 멈추지 않을 경우 한국 영화에 이어 K팝까지 관세를 들먹일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는 '미국 밖에서 만든 영화'의 기준과 관세 부과 일정 등은 이번에 거론하지 않았다. 하지만 관세와 관련해서 자신이 많은 돈을 미국에 벌어들이고 있다고 자부하는 트럼프가 '말 나온 김에' 조만간 '미국 밖 영화'에 어떤 식으로 관세를 매길지 우리 영화계가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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