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LG 트윈스가 2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자력이 아닌, 2위 한화 이글스의 어이없는 역전패로 타력에 의해 뒤늦게 확정한 우승이지만 LG 선수단은 심야에 잠실구장에 다시(?) 모여 우승 축포를 터뜨렸다.

   
▲ LG가 2년 만에 다시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LG 트윈스 홈페이지


LG는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시즌 최종전 홈 경기에서 3-7로 졌다.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 1을 남겨뒀던 LG는 매직넘버를 지우지 못하고 정규시즌 일정을 마감했다.

LG의 패배가 확정될 무렵, 인천에서 LG를 우울하게 만드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화가 SSG 랜더스에 5-2로 앞서고 있다는, 인천 경기 소식이었다. 이날 2위 한화와 3위 SSG 경기는 비로 약 1시간 늦게 시작됐다. 잠실 경기가 마무리됐을 때도 인천 경기는 한창 진행 중이었는데 1-2로 뒤지던 한화가 7회초 대거 4점을 뽑아 5-2로 역전했다.

LG가 이날 졌는데, 한화가 이기면 LG는 그대로 매직넘버 1이 남아 우승을 확정할 수 없었다. 그렇게 될 경우 LG와 한화는 반게임 차로 좁혀지고, 3일 열리는 한화의 마지막 경기(수원 KT 위즈전)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한화가 KT에 패하면 LG가 우승하고, 한화가 KT를 꺾으면 LG와 동률이 돼 우승 결정전을 치르게 된다.

이미 정규시즌 일정을 마친 LG가 스스로 무엇을 할 수는 없고 다른 팀들의 '처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 LG에 우승을 안겨준 바로 그 순간. SSG 이율예가 한화전 9회말 역전 끝내기 투런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SNS


그런데 인천 경기에서 놀라운 반전이 펼쳐졌다. SSG가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현원회와 이율예의 투런 홈런 두 방이 터져 6-5로 재역전 끝내기 승리를 거둔 것. 한화가 패하면서 LG의 매직넘버 1이 소멸되고 우승이 확정됐다.  

SSG가 '쓱' 밀어준 우승 밥상을 받은 LG는 뒤늦게 우승 자축연을 벌였다. 시즌 마지막 3경기에서 3연패에 빠지며 자력 우승을 못하고 허탈하게 퇴근 준비를 하던 선수들이 한화의 패배 소식에 잠실야구장 그라운드로 달려나왔다. 주장 박해민은 한화의 승리가 굳어진 것으로 보고 먼저 구장을 떠나 퇴근 중이었는데, SSG 역전승 소식에 급히 차를 돌려 잠실구장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 LG가 2년 만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후 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홈페이지


이미 잠실 경기가 끝난 지 한참 돼 관중들이 모두 돌아간 후지만, LG의 우승 확정에 상당수 팬들이 다시 잠실구장으로 몰려왔다. LG 선수단은 밤 늦은 시각이지만 우승 자축 플래카드를 펼쳐 팬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축하 샴페인도 터뜨렸다. 다소 모양새가 빠지긴 했지만 LG 선수들과 팬들은 시즌 막판까지 역대급으로 펼쳐진 순위 경쟁 속에 우승한 감격을 마음껏 누렸다.

LG는 지난 2023시즌 29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한 후 2년 만에 페넌트레이스 정상을 탈환했다. 지난 시즌 3위에 그친 아쉬움도 풀었다.

   
▲ LG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후 염경엽 감독과 주장 박해민이 자축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홈페이지


LG가 다시 정상으로 향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개막 초반 선두로 치고 나가며 잘 나가다가 5월 들어 타격 침체와 부상 악재가 잇따르며 주춤했다. 한화 돌풍에 밀려 2위로 내려간 LG는 전반기 종료 시점 한화에 4.5게임 차로 뒤진 2위였다.

후반기 들어 LG가 안정된 선발 마운드를 발판으로 타선도 짜임새를 되찾으며 다시 힘을 냈다. 1994년 이후 처음 10승대 선발 투수 4명(치리노스 임찬규 송승기 손주영)을 배출하면서 승수를 쌓아나갔다. 팀 타율 1위(0.278)에 오른 타선의 고른 활약도 뒷받침됐다.

이런  LG의 균형 잡힌 투타 저력이 후반기 승률 0.673(37승1무18패)의 결과로 나타나며 한화를 제치고 우승까지 이르렀다.

   
▲ 2년 만에 다시 정규시즌 우승을 일궈낸 LG 선수들이 자축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홈페이지


염경엽 감독의 지도력도 빛났다. 2023년 감독 부임 첫 시즌 LG의 29년 묵은 한국시리즈 우승 한을 풀어줬던 염 감독은 지난 시즌 기대에 못 미쳤던 부분을 보완해 다시 팀을 한국시리즈 직행으로 이끌었다. 염 감독 부임 후 3시즌 동안 두 차례 한국시리즈 무대에 나서게 됐으니 LG는 염 감독 지휘 아래 강팀의 체질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제 LG는 2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 및 통산 4번째 통합우승에 도전하는 일만 남았다. LG는 차분하게 한국시리즈 준비를 하면서 상대 팀이 결정되기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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