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논란 속 '기내 전자기기' 기준 항공사마다 달라
[미디어펜=김연지 기자]최근 항공기 내 전자기기 반입·사용 기준이 항공사마다 달라 여객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무선고데기, 스마트워치, 보조배터리 등 여행객이 소지하는 휴대용 전자기기가 다양해졌지만 안전 확보를 위한 제도 정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내 탑재 여부부터 사용 가능 범위까지 항공사별 해석과 운용이 엇갈리면서 고객 불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보조배터리 기내 안전관리 대책'을 보완·시행했다. 단락 방지용 절연테이프 제공과 기내 격리보관 백 비치, 선반 외부 온도 감응형 스티커 부착을 의무화하고 보조배터리·전자담배의 선반 보관을 금지해 승객이 직접 소지하도록 했다. 기내 충전 행위도 제한된다.

   
▲ 절연 테이프 부착하는 항공사 직원./사진=연합뉴스 제


항공사 공통 기준에 따르면 보조배터리는 100Wh(2만7000mAh) 이하일 경우 1인당 최대 5개까지 기내 반입이 가능하며, 100~160Wh 제품은 항공사 승인 시 최대 2개, 160Wh를 초과하는 제품은 반입이 금지된다.

기내 안전 강화 논의는 올해 1월 김해국제공항 출발 예정이던 에어부산 BX391편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가 계기가 됐다. 당시 기내 선반에 보관 중이던 보조배터리의 내부 절연이 파괴되면서 화재가 발생했고, 항공기 동체가 심각한 손상을 입으면서 승객 전원이 비상 탈출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관리 체계 전반을 손질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보조배터리를 비닐봉투에 넣어 보관하도록 하는 조치가 시행되는 등 실효성 논란이 이어졌지만 이달부터는 절연테이프 제공, 격리보관 백 의무 탑재, 온도 감응형 스티커 부착 등 보다 구체적인 조치가 시행되고 있다.

무선 발열기기의 경우 배터리 분리형 제품만 분리·절연 후 휴대가 가능하고 일체형 제품은 휴대와 위탁 모두 금지되지만 이러한 세부 기준에 대한 안내가 항공사별로 달라 소비자 혼란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지침 대부분이 여전히 '권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국토부가 선반 보관 금지나 기내 충전 자제 등을 안내하고 있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어 이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할 수 없다.

안전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이 추진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를 적용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항공사별로 절차와 기준이 다르다 보니 승객 입장에서는 어떤 제품을 어떻게 반입·보관해야 하는지 혼란을 겪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동일한 제품이라도 항공사나 노선에 따라 허용 여부가 달라지며 고객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이 같은 안전 강화 흐름은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지난 1일부터 기내에서 보조배터리 사용을 전면 금지했고(휴대 자체는 허용), 루프트한자는 기내 보조배터리 재충전을 금지했다. 일본 당국 역시 승객에게 보조배터리를 선반이 아닌 손이 닿는 위치에 두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내 항공사들도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이스타항공이 지난달부터 기내 보조배터리 사용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했고 아시아나항공은 일본 노선에서만 적용하던 무선 발열기기 반입 제한을 전 노선으로 확대했다. 일부 항공사는 배터리 내장 제품의 수하물 위탁 금지와 충전 제한 조항을 명문화하며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 역시 통일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항공사별 공지 품목과 적용 범위가 달라 승객 혼란은 여전하다. 규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탑승 직전 보안검색대에서 제지당하거나 리튬배터리 제품의 위탁 가능 여부를 두고 문의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다.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가 강화될수록 통일되지 않은 규정으로 인해 오히려 소비자 불편이 커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는 필수지만 현재처럼 항공사마다 해석과 운영 방식이 달라서는 소비자 불편을 줄이기 어렵다"며 "국토부가 표준화된 세부 지침을 마련하고 항공사들이 사전 고지와 안내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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