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최근 증시에 상장된 종목에 대해 공모가 뻥튀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높은 공모주 청약 경쟁률에도 막상 상장 뒤에는 공모가도 밑도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23일까지 신규상장(스팩 합병 상장 제외)된 17개 기업 중 23일 종가 기준 공모가를 밑도는 종목이 13개에 달했다. 이들 17개 종목의 공모가대비 평균 수익률은 –8.31%에 불과했다.
가장 수익률이 낮은 종목은 –27.17%의 유앤아이. 지난 12일에 상장된 의료소재 전문기업 유앤아이는 공모주 청약경쟁률이 638대1에 달했고 2조8721억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렸지만 상장이후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면서 주가가 공모가(3만원)를 한참 밑돌고 있다. 지난 20일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한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리드의 수익률이 –25.29%로 두 번째로 낮았다.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로 꼽히면서 기대를 모았던 더블유게임즈의 수익률도 -16.77%에 불과했다. 더블유게임즈는 희망 공모가 밴드를 5만1000~6만1000원으로 제시했지만 수요예측에서 413.82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자 공모가 밴드 상단을 넘어선 6만5000원으로 올린 바 있다. 더블유게임즈 측은 밴드 내에서 공모가를 정하자는 상장 주관사의 요구도 묵살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IPO 시장에서 기업들은 자금 조달을 극대화하기 위해 공모가를 높게 올리려는 경향이 있다. 또 공모가가 높을수록 기업의 가치가 높아진다는 점도 기업들이 공모가를 높이려는 이유 중 하나다. 상장 주관사인 증권사들 역시 공모가에 따라 수수료 수입이 결정되기 때문에 공모가를 높일수록 유리해진다.
그러나 이처럼 상장이후 공모가를 밑도는 종목이 속출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양상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공모주 청약에 성공해도 결국 돌아오는 것은 손실뿐인 것.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일면서 공모주 시장이 침제되자 아예 상장을 연기하거나 철회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13일 태진인터내셔날, 20일 차이나크리스탈신소재에 이어 24일에도 팬젠이 코스닥 상장을 철회했다.
이에 대해 공모가가 높게 정해졌기보다는 시장상황이 좋지 않은 것이 주원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도연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기획부장은 “주관 증권사가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고 기관의 수요예측을 받아서 공모가를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모가가 높다고 획일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며 “상장 주관사 입장에서도 상장 이후 주가가 빠지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어서 무작정 공모가를 높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최근 시장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바이오주의 경우 공모가 산정이 어렵기 때문에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난 10월 초 684.79로 출발한 코스닥지수가 이달 23일 688.29로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는 점에 비춰 공모가 고평가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사 IB(투자은행) 관계자는 “상장 주관사와 발행사(기업)이 공모가를 협의하지만 주관사는 힘이 없다”며 “결국 공모가를 결정하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발행사인데 공모가를 부풀리는 경향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