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최근 중국 배터리 업계가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기술적 난제 해결에 성공하며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3사가 오는 2027~2030년 내 양산 체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빠르게 기술 격차를 좁히면서 차세대 배터리 시장 주도권을 놓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LFP(리튬, 인산, 철) 배터리 시장을 이미 장악한 중국이 전고체 배터리까지 선점하면 국내 배터리 산업이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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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온, 인터배터리 2025 부스 내 드림 테크놀로지 세션. 건식 공정 기술 및 전고체 배터리 샘플이 전시돼 있다./사진=미디어펜 박재훈 기자 |
15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내 주요 배터리 기업들이 최근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과제인 고체 전해질의 이온 전도도 확보와 안정적 계면 저항 문제 해결에 가시적 진전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내 대표 셀 제조사인 CATL과 BYD를 비롯해 CALB, 원샹 등 주요 업체들이 잇따라 전고체 전해질의 양산 테스트 단계에 돌입했으며 일부는 내년 상반기 중 시제품을 전기차에 탑재해 실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CATL의 경우 이달 초 열린 ‘2025 월드 일렉트릭 비히클 컨퍼런스’에서 자체 개발한 황화물계 전고체 전해질을 공개했다. CATL은 기존 액체 전해질 대비 에너지 밀도를 두 배 이상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2026년부터 하이엔드 전기차 브랜드를 대상으로 소량 양산을 시작하고 2028년 내 완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BYD 또한 인산계 고체 전해질을 적용한 중성자 구조 전고체 셀 개발에 성공했다며, 내년 중 탑재 차량 공개를 예고했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도 격차 축소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올해부터 ‘전고체 배터리 핵심 소재 국산화 프로젝트’를 시행해 소재·부품 기업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CATL·BYD·고션 등에 연구 시설과 파일럿 생산라인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베이징은 2030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차량 500만 대 생산을 목표로 세우며 전기차 기업과 배터리 제조사 간 실증 협력 생태계를 확대하는 중이다.
◆한국, 상용화 시기 판단 놓쳤나...중국과 차별 전략 필요
하지만 한국은 아직 상용화를 앞둔 기초단계에서 기술 성숙도 차별화 전략을 구축 중이다. 국내 3사는 각각 전고체 배터리의 소재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노선을 택하고 있으나 대규모 생산라인 전환에는 여전히 시간과 투자가 필요하다. 정부도 지난해부터 전고체 배터리 공동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중국의 민관 일체형 속도전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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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모형. 실제 모델은 2027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사진=미디어펜 박재훈 기자 |
이에 전문가들은 중국의 기술 진전이 국내 업계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한다. 국내 3사가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장기 전략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은 소재 안정성 검증과 대량 생산 체계 구축에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산화물계 전고체 전해질을 중심으로 개발 중이며 2030년 양산을 목표로 시범 생산라인을 구축 중이다. 삼성SDI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2028년 이후에야 본격적인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은 지난 9월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를 준공하면서 기존 로드맵인 2030년에서 1년 앞당긴 2029년까지 상용화를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SK온은 우선 에너지 밀도 800Wh/ℓ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 중이며 장기적으로는 1000Wh/ℓ까지 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전고체 배터리가 본격적인 수익성이 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제품인 만큼 상용화에 속도를 내면서도 안정성과 상품성이라는 측면에서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기술 완성도보다는 속도와 시장 점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빠른 상용화 효과를 노릴 것”이라며 “우리 기업이 기술 신뢰성과 안전성에서 차별화하지 못하면 LFP 시장에 이어 전고체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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