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무법인 요청에 폭스바겐 '묵묵부답'

[미디어펜=김태우기자]폭스바겐이 배출가스 파문에 대한 고객보상금으로 제시한 1000달러를 국내고객은 받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며 기존 고객들의 불만이 더해가고 있다.

반면 폭스바겐이 미국 등 북미에는 이런 규모의 보상을 결정해 국내 피해고객만 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은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 폭스바겐게이트 이후 고객의 발길이 끊긴 폭스바겐 매장/미디어펜DB

24일 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바른은 최근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연비 조작과 관련해 집단 소송을 한 국내 고객에게도 북미 피해자들과 똑같이 1000달러 상당의 패키지를 제공하라고 폭스바겐 그룹 법무법인에 공식 요구했으나 회신 시한인 23일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폭스바겐 및 아우디의 법무법인에 이 같은 요구에 대한 수용 여부를 23일까지 밝히라고 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미국 고객에는 1000달러 상당의 패키지를 제공하면서 한국 고객만 주지 않는 것은 명백한 차별 대우다"고 주장했다.

그는 "폭스바겐 측에서 미국의 경우 디젤 연료가 휘발유보다 비싸 1000달러 상당의 보상을 별도로 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이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행위"라면서 "이번 사태는 폭스바겐이 디젤 연비를 조작해서 일어났기 때문에 이로 인해 피해를 본 고객에게는 동등한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폭스바겐은 지난 9일 미국과 캐나다의 자사 디젤차 소유주 48만2000명을 대상으로 소유주 1인당 1000달러 상당의 상품권 카드와 바우처를 보상하고 3년간 무상으로 수리도 하겠다고 발표했다. 상품권 보상 규모만 4억8200만달러(5586억원)다. 럭셔리 브랜드인 아우디도 마찬가지로 보상하기로 했다.

이는 폭스바겐이 소비자를 속여 신뢰를 상실한 대가로 거저 주는 보상금이다. 하지만 북미를 제외한 지역의 소비자들은 이 보상 대상에서 제외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북미시장에서 디젤차 구매자를 대상으로 보상금 지급을 결정했지만 유럽 시장에서는 금전적 보상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금전적 보상이 미국과 캐나다 시장에만 한정될 계획이며 유럽에서는 리콜 수리로 인한 불편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미국의 경우 디젤 연료가 휘발유보다 비싸 별도 보상하기로 했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형평성 차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 내 연비 조작에 따른 리콜 대상 차량은 폭스바겐 9만5581대, 아우디 2만9941대 등 2개 브랜드 28개 차종 12만5522대에 달한다. 국내 집단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바른은 폭스바겐 측이 국내 피해자에 대해서는 대응하지 않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상태다.

이에 따라 법무법인 바른은 폭스바겐 그룹 법무법인에 국내 고객에 1000달러를 별도 보상하라고 재차 촉구할 방침이다.

한편 폭스바겐의 무책임한 태도에 화가 난 고객들이 직접 매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 24일 폭스바겐 투아렉을 구매한 고객들이 서명이 담긴 항의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들은 기존 고객들에 피해에 대한 사과도 없이 신차프로모션으로 판매에만 열중하고 있는 폭스바겐 코리아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또 보증수리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한 것도 신규고객에게만 이뤄진다는 점도 비판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폭스바겐이 북미 피해자에게만 100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것은 미국 규제 당국이 무서워 보상금으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고 하는 것이다"며 "나머지 나라는 사실상 신경을 안 쓴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환경 및 교통 당국이 목소리를 내서 피해자의 권리를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