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반려동물과 함께 비행기를 타는 ‘펫 트래블(Pet Travel)’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서비스 차별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국내외에서 잇따른 반려견 운송 사고가 발생하며 안전관리 공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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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타항공, 국내 항공사 최초 '반려견 전용 에어텔' 출시./사진=이스타항공 제공 |
18일 업계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함께 해외여행을 선택하는 한국인은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실제 최근 한국관광공사가 실시한 설문 결과 국내 반려인 중 약 70%가 “지난 1년 내 반려동물과 여행해봤거나 향후 함께 떠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항공사 수요도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제주항공은 1월부터 7월까지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한 승객이 1만1324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1만 210명)보다 10.9%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약 2.7배 증가한 수치다.
또 다른 저비용 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7월부터 국내선에서 국제선으로 반려동물 동반 정책을 확대한 후,반려동물 동반 승객 수가 월 평균 200~300명에서 600~700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요와 달리 안전관리 체계는 아직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최근 스페인 이베리아항공의 반려견 분실 사건에 대해 “반려동물 역시 수하물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항공사 과실로 반려견이 실종되더라도 일반 수하물 분실 수준의 보상만 가능하다는 의미다.
ECJ는 승객이 반려견을 ‘특별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더 높은 배상 책임을 부정했다. 법원은 권고적 판단임에도 이번 판결이 향후 유럽 내 항공사들의 유사 사건 대응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반려동물 항공 운송의 안전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 7월 제주에서 김포로 향하던 한 LCC 항공편에서 6살 반려견이 화물칸 내 고온 환경으로 인해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견주는 “화물칸에 온도조절 기능이 없다는 사실을 안내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며, 동물병원 진단 결과 반려견의 체온은 정상보다 4도 이상 높은 42.8도에 달했다.
해당 항공사는 “규정에 따라 수속 절차를 진행했고 동일 기종에서 최근 일주일간 반려동물 운송 27건 중 특이사항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승객 불안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처럼 유럽에서는 법적 보호 공백이, 국내에서는 안전관리 미흡이 잇달아 드러나면서 항공사들이 반려동물 운송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인식 변화 속에 LCC들은 ‘펫 트래블’ 서비스를 브랜드 차별화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최근 반려동물과 동반 여행객을 겨냥한 ‘펫 에어텔(Pet Air-tel)’ 상품을 출시했다. 김포~제주 노선을 중심으로 반려동물 항공 운송, 항공권, 호텔 숙박권을 하나로 묶은 패키지로 메종 글래드 제주와 제휴해 반려견 전용 객실을 포함한 형태다. 항공과 숙박을 결합한 LCC의 첫 반려동물 전용 상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제주항공도 ‘반려동물 친화 항공사’ 콘셉트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동반 탑승 시 운송 횟수 제한을 없애고 위탁 수하물 5kg 추가, 수하물 우선 수취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항공 운송뿐 아니라 ‘반려동물과 함께 떠나는 여행’ 경험 전반을 브랜드 이미지로 확립하려는 전략이다.
대한항공은 대형 항공사 중 가장 먼저 반려동물 고객 관리 프로그램을 구축했다. 현재 ‘스카이펫츠(SKYPETS)’ 제도를 통해 반려동물 등록 시 포인트 적립과 추가 운송 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며, 항공기 좌석 배정 시 반려동물 탑승 구역을 표시하는 ‘지정 펫 좌석(Designated Pet Seats)’ 기능도 도입했다. 이는 동반 승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탑승객의 안전 인식을 높이는 취지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국내 항공사들이 승객 불안에도 불구하고 ‘펫 트래블’을 단순 부가서비스가 아닌 새로운 수익 축이자 브랜드 경쟁력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반려동물 동반 여행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운송 인프라와 안전 관리 기준은 아직 제도적 공백이 크기 때문에 안전 확보를 전제로 한 서비스 차별화가 향후 LCC의 핵심 경쟁 과제로 부상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펫 트래블 시장은 단순한 감성 소비가 아니라 항공사의 ESG·고객 신뢰와 직결된 영역”이라며 “철저한 안전관리가 병행돼야 높은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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