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똘한 한 채’ 현상 자초한 과세 체계도 손볼 듯…내년 6월 발표 유력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이재명 정부가 연일 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세제 개편 작업에 나선다. 여당과 정부 일각에서 ‘보유세 강화론’을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부동산 가격만을 타깃으로 세제를 개편할 경우 정책의 역효과가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정부가 집값 안정을 목표로 부동산 세제 개편 작업에 나선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고가의 한 채를 선호하는 ‘똘똘한 한채’ 현상을 자초한 과세 체계도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9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세제 당국인 기획재정부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가 폭넓게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 차원의 중장기 논의를 거쳐 부동산세제 개편의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를, 행안부는 재산세·취득세를, 국토부는 공시가격을 관할한다. 즉각 조치해야 하는 특정 사안을 제외한다면, 전반적인 밑그림은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에 발표되는 내년 ‘세제개편안’에 담기는 것이 유력해 보인다.

정치권과 정부에서 거론되는 아이디어는 매물을 유도하기 위해 보유세(종부세·재산세)를 강화하고 거래세(취득세)를 낮추는 방향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자체 세수다. 취득세와 재산세는 지자체 재정의 근간을 이룬다. 행정안전부의 행정안전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취득세는 약 26조 원으로 11개 지방세목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22.8%)을 차지했다. 재산세도 15조1000억 원에 달했다.

국세청의 종부세 결정세액은 지난해 약 4조5000억 원이지만, 토지를 제외한 주택분은 1조 원에 불과하다. 즉, 고가의 집값을 떨어뜨리기 위해 종부세를 대폭 올리더라도 취득세 인하에 따른 지방세수 감소분을 메우기는 역부족이라는 뜻이다.

세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전국민에 포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재산세도 함께 인상하는 쪽으로 논의가 흐를 공산이 크다.

이와 함께 종부세 공시가격 현실화율 또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공정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비중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시세 대비 공시가격은 평균 69%(공동주택 기준)이고, 공시가격에서 과표를 산출하는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1주택자)다. 각종 공제 요인을 제쳐놓더라도, 과표가 시세의 41%(시세x0.69x0.60)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 당시 80%에서 60%로 끌어내렸던 공정비율을 다시 80%로 원상복구하고, 공시가 현실화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보유세 부담이 상당폭 커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공시가격 로드맵이 부활하고,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원상 복귀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가격이 치솟은 일부 고가주택은 세 부담 상한(전년 대비 150%)까지 보유세가 불어날 수 있다.

다만 공시가격은 보유세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기초연금 등 67가지 행정목적에 이용되는 중요한 지표라는 점에서 소관부처인 국토부가 얼마나 전향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처럼 주택가격 구간별로 공시가 현실화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다시 꺼내 들 수 있다.

고가의 한 채를 선호하는 ‘똘똘한 한채’ 현상을 자초한 과세 체계도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도 주택가액과 주택수 기준이 모두 반영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택수 기준’을 ‘가액 기준’으로 바꾼다는 단순접근법보다는 1주택자 각종 공제를 줄이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똘똘한 한 채’ 현상에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며 “집 한 곳에 20~30년 살았는데 공제를 줄이는 것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살펴서 연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