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하 기자] 배달 플랫폼 업계가 자영업자와의 '상생협의체'를 출범시킨 지 1년이 지났지만 현장의 체감 효과는 여전히 엇갈린다. 플랫폼 측은 수수료·배달비 인하 등 실질적 부담 완화 조치를 시행했다고 주장하지만 자영업자들은 "비용 항목만 바뀌었을 뿐 총 부담은 줄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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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자영업자들이 외식업 경영에서 배달앱 수수료를 가장 큰 부담으로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21일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평균 매출 중 48.8%가 배달 플랫폼에서 발생한다. 배달과 모바일상품권을 합치면 56.7%에 달한다.
한국은행 분석에서도 배달 비중이 높을수록 순이익률이 떨어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배달 비중이 50%를 넘으면 순이익이 평균 16% 감소한다는 것이다.
즉, 플랫폼 없이는 영업이 불가능하지만 플랫폼 이용이 이익을 갉아먹는 '의존의 역설'이 구조화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 주도로 지난해 출범한 '배달플랫폼 상생협의체'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주요 플랫폼과 자영업자 단체가 참여하는 민관 협의기구다.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11월 '차등 수수료제'를 발표하며 연 매출 구간별로 2~7.8%의 중개수수료를 차등 적용하기 시작했다. 쿠팡이츠도 비슷한 구조를 도입했다.
플랫폼 측은 "매출이 낮은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 조치"라며 "3년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영업자 단체들은 "상생협의체 직전에 수수료를 인상했다가 일부 인하한 '요식절차'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협의 직전 일부 플랫폼은 중개수수료를 6.8%에서 9.8%로 높였다가 협의 이후 2%를 내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의 이동'이다. 수수료는 일부 인하됐지만 배달비와 광고비가 동반 상승하면서 총비용이 줄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한 프랜차이즈 조사에 따르면 플랫폼 이용비용 중 △배달수수료 39.2% △중개수수료 30.8% △광고비 19.7%로, 총비용의 90%를 차지했다. 일부 업종에서는 플랫폼 수수료가 인건비(15.2%)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앱 내 노출 순서가 광고비 지출 규모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라 소비자에게는 거리순 노출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유료 광고 상단 노출'이 작동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플랫폼 측은 이런 비판에 대해 "단기적 체감은 제한적이지만 구조 개선은 꾸준히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광고 효율화 기능을 확대하고 배달비 절감 모델을 시험 중"이라며 "소상공인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이츠 측은 "배달비 인상은 물가·인건비 상승 등 외부 요인이 크다"며 "라이더 인건비가 2년간 25% 이상 상승해 일부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또 "무리한 인하로 배달 지연이나 서비스 품질 저하가 생기면 소비자 불만이 커질 수 있다"며 "소비자·점주·라이더 모두의 균형을 고려한 구조를 찾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상생협의체의 실효성 문제는 주요 쟁점이었다.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수수료 인하를 내세우지만 광고비·배달비 인상으로 자영업자 부담이 커졌다"며 "전체 비용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도 "협의 직전 인상 후 인하한 것은 '꼼수'에 불과하다"며 "외식업체 영업이익률이 9%까지 떨어진 현실에서 상생의 실질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수수료 상한제 등 제도적 대안을 검토 중"이라며 "자율협의 결과와 국감 지적 사항을 제도 개선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자율협의는 의미 있지만 플랫폼의 시장지배력과 정보 비대칭성을 고려할 때 제도적 보완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상생협의체가 수수료 중심 논의에 머물러 광고비·알고리즘 투명성 등 핵심 과제는 다루지 못했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결국 상생협의체 1년은 플랫폼과 자영업자 모두가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고민하게 만든 출발점이었다. 단기적 체감은 엇갈리지만, 수수료 투명화와 알고리즘 공정성 확보 등 제도 개선이 병행된다면 상생은 구호가 아닌 구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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