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보안사고, 고가아파트 보유 논란도 도마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취임 일성으로 '소비자보호'를 내걸었던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권 핵심성과지표(KPI) 제도 문제점에 공감을 표하며, 전면 개선할 것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일부 은행지주사에서 보이는 회장 선임절차의 부적합성에 대해서는 필요 시 수시검사를 펼쳐 진위여부를 파악할 것임을 강조했다. 금융권에서 발생한 보안사고에 대해서는 열악한 보안투자가 문제라고 지적하며, 디지털금융안전법을 제정할 것임을 내비쳤다.

이 원장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이 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업무보고를 통해 "소비자보호 중심의 경영문화 확립을 위해 종합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 신속한 현장점검 및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금감원은) 금융소비자 보호 중심으로 조직을 전면 재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 취임 일성으로 '소비자보호'를 내걸었던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권 핵심성과지표(KPI) 제도 문제점에 공감을 표하며, 전면 개선할 것임을 시사했다. 아울러 일부 은행지주사에서 보이는 회장 선임절차의 부적합성에 대해서는 필요 시 수시검사를 펼쳐 진위여부를 파악할 것임을 강조했다. 금융권에서 발생한 보안사고에 대해서는 열악한 보안투자가 문제라고 지적하며, 디지털금융안전법을 제정할 것임을 내비쳤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판매 인센티브, 금융사고 야기…KPI 전면 개선"

이날 국감에서는 부실한 소비자보호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윤한홍 정무위원장(국민의힘)은 이날 "판매에 따른 인센티브가 있기 때문에 금융 현장에서 직원들이 강하게 권유하고, 이 때문에 나중에 금융사고가 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성과 지표와 관련된 부분에 매우 잘못된 부분이 많았고, KPI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며 "어떤 상품을 출시해서 단기 실적이 좋으면 인센티브를 굉장히 많이 받아가고, 실제 사고가 나면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과를 장기적으로 평가하고, 환원하도록 시스템을 대폭 보완 중"이라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한테 팔 수 있는 상품인지 점검해 보고 설계하고 출시하자'는 부분을 내재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BNK금융 회장 선임 특이…회장 연임 절차 강화할 것"

지난 16일 차기 회장 선임 후보군 접수를 마감한 BNK금융지주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BNK금융이) 회장 선임 내용조차 직원들 사이에 쉬쉬하며 깜깜이로 절차적 정당성에 상관 없이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상황·절차적으로 특이한 면들이 많이 보여서 계속 챙겨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BNK금융 이사회는 이달 1일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지난 16일까지 후보군 접수를 마감했다. 추석연휴 기간인 12일을 제외하면 영업일 기준 후보등록 접수 가능기간이 4일에 불과했던 셈이다. 과거 BNK금융은 회장 선임에 약 2개월 간 절차를 진행한 바 있는데, 과거와 상반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내부 형식적 절차의 적법성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문제 소지가 있으면 수시검사를 통해서 바로 잡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연임 및 3연임을 도전하는 금융지주 회장을 타깃해 회장 선임절차에 대한 제도개선도 시사했다. 이 원장은 "지배구조 모범 관행 가이드라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강하기 위해 이번에도 은행 라인을 통해 공통적으로 연임이나 3연임과 관련해서는 내부통제를 좀 더 강화하는 내용으로 방침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주회장이 되면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해서 일종의 참모를 구축하시는 분들이 보인다"며 "오너가 있는 제조업체나 상장법인과 별 다를 게 없다. 고도의 금융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어 이런 부분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 시 제도 개선에 관련해 정무위 의원들과 상의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 이찬진 금감원장은 업권별 금융사 지배구조법 내 (정보보안 관련) 보완 관련 조항을 금소법에 준하는 수준으로 강력하게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보안사고, 열악한 투자 탓…디지털금융안정법 추진

SGI서울보증보험의 랜섬웨어 해킹사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등 금융권에서 비롯된 정보보안 사고도 이날 국감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롯데카드의 개인정보 유출사고와 관련해 롯데카드의 총예산 대비 정보보호예산이 0%대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연이은 보안사고의 문제점으로 재탕되는 사후 대책, 탁상 수준의 감독 등을 꼽았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현재 금감원이 업권별로 지도 감독하는 부분에서 보안의 안전, 디지털 자산의 안전성과 보안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투자에 관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며 "업권별 금융사 지배구조법 내 (정보보안 관련) 보완 관련 조항을 금소법에 준하는 수준으로 강력하게 마련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이 원장은 "우리 금융 현실이 보안과 관련된 투자가 굉장히 미미하고 저희 금감원도 자체 역량 인력이나 시설 인프라들이 매우 열악한 상태"라며 "(금융권 보안투자가) 미국의 약 15분의 1 정도 밖에 안 돼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평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법인보험대리점(GA) 2곳에서 고객 1100여명의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점을 지적했다. GA가 방대한 고객정보를 다루고 있지만, 사실상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인 까닭이다. 이에 이 원장은 "GA의 보안 관리체계 미비는 심각하게 보고있다"며 "근본적으로 디지털 금융안전법이라는 법안을 통해 GA를 제도권 규제체계 안으로 편입시키는 방안을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

   
▲ 이찬진 금감원장은 21일 국감에서 강남 소재 아파트 2채 보유 논란에 대해 "한두 달 내로 정리할 계획"이라고 답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국힘 "다주택자 잡으면서 본인은 강남 아파트 2채 보유"

이 원장의 강남 소재 아파트 2채 보유 논란도 국민의힘 의원들의 질타 소재가 됐다. 천문학적인 가계부채, 집값 상승 논란을 이유로 금융당국이 전방위적인 대출규제를 거듭 내놓고 있는데, 정작 이를 관장하는 감독기관장이 서울 중에서도 노른자 땅에 다주택자로 등록돼 있어 내로남불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 원장이 참여연대 시민단체 활동할 때도 고위공직자 임용 시에 다주택자를 배제해야 된다고 그렇게 주장을 하셨는데 초고가 지역의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고 있으면서 입장을 조금 달리하는 것 같다"며 "부동산 대출, 집값 상승 악순환을 잡겠다고 하면서 초고가 아파트 두 채를 갖고 있다는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원장은 "그렇게 밝힌 바 없다. 집은 다 사용하고 있는 집"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성공보수로 확보한 400억원의 행방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에 대부분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1960년대 박정희 정부가 구로공단을 조성하며 땅 주인들에게 토지를 강제로 빼앗은 '구로농지 사건' 수임을 받아 400억원에 가까운 성공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원장은 성공보수로 2019년 서초구 소재 아파트를 추가 매수해 다주택자가 됐다.

이와 관련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도 목소리를 높였다. 강 의원은 "다주택자인 금감원장이 부동산 부문의 자금 쏠림을 개혁하라고 주문하면서 본인은 초고가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 아니냐"며 "이래서야 시장이 금감원장의 말을 신뢰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에 이 원장은 "조속히 해결하겠다"며 "한두 달 내로 정리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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