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주요 시중은행 및 국책은행이 지난 10년간 기업 구조조정 자금으로 28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는데, 기업 10곳 중 6곳이 경영 정상화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 실패 여파로 은행들이 투입한 자금을 회수한 비율도 40%를 겨우 넘겼는데,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을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평가한 데 따른 결과라는 평가다. 정부가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현행 산업정책과 구조조정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은행권 기업구조조정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올해 8월 말까지 10개(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SC제일·한국씨티·산업·IBK기업·수출입) 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으로 투입한 자금은 28조 1299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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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요 시중은행 및 국책은행이 지난 10년간 기업 구조조정 자금으로 28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는데, 기업 10곳 중 6곳이 경영 정상화에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 실패 여파로 은행들이 투입한 자금을 회수한 비율도 40%를 겨우 넘겼는데,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을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평가한 데 따른 결과라는 평가다. 정부가 석유화학업계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가운데, 현행 산업정책과 구조조정 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은행들은 총 326개 기업(대기업 37곳, 중소기업 289곳)의 구조조정을 맡았는데, 이 중 경영 정상화에 성공한 곳은 121곳(대기업 23곳, 중소기업 98곳)에 그쳤다. 반면 경영 정상화에 실패한 곳은 157곳(대기업 7곳, 중소기업 150곳)에 달했는데, 현재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48곳(대기업 7곳, 중소기업 41곳)을 제외하면 구조조정 실패율은 56%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중소기업의 구조조정 실패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회생 가능성도 현격히 낮은 셈이다.
아울러 은행들이 경영 정상화 명목으로 투입했던 자금 중 회수한 금액은 8월 말 현재 11조 5589억원으로 41.1%(대기업 41%, 중소기업 46%)의 회수율을 거두는 데 그쳤다. 향후 회수할 수 없을 것으로 추정되는 자금 규모만 8264억원(대기업 4848억원, 중소기업 3416억원)에 달한다.
특히 전체 지원금의 87.9%를 담당한 국책은행을 살펴보면 산업은행이 36.1%, 기업은행이 34.0% 등으로 주요 시중은행(씨티 100%, 신한 81%, 우리 72%, 농협 73%, 국민 50%) 대비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에 금융권 일각에서는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에게 평가가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이뤄지면서 동일한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 구조조정에 소요된 기간은 성공기업 기준으로 평균 58개월에 달했다. 구조조정이 가장 오래 걸린 사례로는 농협은행의 169개월로 14년 넘게 소요됐다. 현재 농협은행에서는 182개월 이상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기업도 있는데, '최장기 구조조정'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생산적 금융'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이재명 정부는 최근 산업구조 전환의 일환으로 석유화학업계의 자율 구조조정을 주도하고 있지만, 좀처럼 진전이 없어 금융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중국·중동발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석화업계에게 사업재편 계획안을 연말까지 마련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정부 요구에 따라 대표 석화단지로 꼽히는 울산·대산 산단에서는 석화업계 재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전남 여수산단에서는 첨예한 이해관계 문제로 아직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화업계의 자구 노력이 지연되다보니 자금을 지원하기로 한 금융권도 구체적인 자금규모를 추산하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추 의원은 정부가 단순 자금 투입으로 기업 구조조정을 이끌기보다, 선제적으로 산업정책과 구조조정을 연계해 실효성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 의원은 "글로벌 통상환경 급변으로 산업구조가 빠르게 재편되는 시기에 현행 구조조정 제도가 얼마나 실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며 "부실기업을 무한정 연명시키는 관행에서 벗어나, 선제적 산업재편과 책임 있는 자금지원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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