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중심축 화장품서 '기기'로 이동
로레알도 뛰어든 ‘기기 중심’ 뷰티 경쟁
[미디어펜=김동하 기자] 피부 진단부터 탄력 관리까지 기술이 대체하면서 '테크뷰티(Tech-Beauty)'가 한국 뷰티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 메디큐브 에이지알 뷰티 디바이스. /사진=에이피알 제공


22일 업계에 따르면 2014년 온라인 화장품 브랜드로 출발한 에이피알은 이제 '기기형 스킨케어'의 대표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자회사 메디큐브(Medicube)가 내놓은 대표제품인 스킨케어 기기 '에이지알(AGE-R)'은 전류·초음파 등 물리자극으로 피부 탄력과 흡수력을 높이는 홈케어 디바이스다.

미국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플루언서와 셀럽들이 사용 후기를 공유했고, 올해 상반기 글로벌 누적 판매량이 30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달 기준으로는 세계 누적 판매 500만대를 기록했다. 누적 판매 500만대 중 해외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고, 미국과 일본 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뚜렷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해외 언론도 주목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APR이 K-뷰티의 새로운 얼굴이 됐다"며 "카다시안 등 미국 셀럽의 사용이 브랜드 인지도를 급격히 끌어올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FT 보도에 따르면 해외 매출 비중은 전체의 80%를 넘어섰고, 기업가치는 8조원대에 육박했다.

에이피알의 경쟁력은 단순히 기기 판매에 있지 않다. AGE-R 기기를 중심으로 '하드웨어+화장품+데이터'의 통합 구조가 핵심이다.

기기를 구매하면 전용앰플·패드·크림을 구독 형태로 제공하고 전용 앱에서 피부 상태를 진단해 최적의 사용 루틴을 제안한다.

이런 '디바이스 구독 모델'은 재구매율을 높이고 화장품 매출을 기기와 연동시키는 수익 구조를 만든다.

에이피알 관계자는 "그간 사업을 통해 축적한 기술 노하우와 시장 트랜드를 활용해 피부미용 시설 전문인력이 사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전문 미용 의료기기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뷰티 디바이스 수출액은 전년 대비 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스킨케어 화장품 수출 증가율(9.6%)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시장에선 "한국이 화장품 중심 K-뷰티 1·2세대를 지나 기술 기반의 3세대 산업으로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생활건강의 '프라엘(Pra.L)'을 비롯한 국내 중소기업들도 LED 마스크, RF 리프팅기 등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으며 글로벌 전자기업과 화장품 브랜드의 협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기기+구독경제' 구조를 완성한 기업은 에이피알이 거의 유일하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기업들도 에이피알의 모델을 벤치마킹 중이다.

로레알은 케어링(Kering)의 뷰티사업을 인수하며 기술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했고, 자체 개발 중인 AI 기반 피부 진단 서비스에도 한국 기술 협력사를 참여시켰다. 해외 시장에선 에이피알이 “테크뷰티의 테슬라”로 불릴 정도로 혁신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주덕 성신여자대학교 뷰티산업학과 교수는 “에이피알은 제조·마케팅·데이터를 자체적으로 통합해 뷰티산업의 가치사슬을 완전히 재구성했다”며 “K-뷰티가 ‘속도 산업’에서 ‘기술 산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테크뷰티는 장기적으로 데이터 산업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소비자 피부 데이터가 누적되면,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화장품 개발·AI 추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업계는 향후 ‘스마트홈 뷰티’, ‘AI 피부 루틴 분석’ 등으로 사업 영역이 확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뷰티업계 한 관계자는 '화장품 중심의 경쟁이 끝나고 기술·데이터 경쟁이 시작됐다"며 "다음 세대 K-뷰티의 승부처는 알고리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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