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세 매물 1년 새 22% 급감…'월세 쏠림' 가속
9월 월세 평균 144만 원,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 경신
[미디어펜=박소윤 기자]정부의 부동산 대책 여파로 무주택자의 주거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규제 강화로 전세 시장 위축이 심화되면서 수요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월세 가격마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무주택자들의 '주거 사다리'가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부의 잇단 부동산 대책 여파로 무주택자의 주거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전세 품귀 현상 심화로 세입자들이 월세 시장으로 몰리고 있지만, 월세 가격도 급등하면서 무주택자의 주거사다리가 흔들리는 모습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6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9월 다섯째 주(9월 30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세 매물은 4만8640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1.9% 줄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만8406건에서 2만3961건으로 15.6%, 인천이 4932건에서 3962건으로 19.7% 각각 감소했다. 경기는 2만8966건에서 2만717건으로 28.5% 급감해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이는 지난 6월 시행된 '6·27 대책'의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규제 시행 전인 6월 26일 2만4897건에서 이달 19일 2만4542건으로 3개월 만에 1.4%가량 축소됐다. 연초(3만1814건)와 비교하면 약 7000건의 매물이 사라진 것이다.

전세 매물 품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10·15 대책'에 따라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이 새롭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주택 매입 시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된 탓이다. 주택을 매입하더라도 곧바로 임대를 놓을 수 없어 전세 공급이 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가격 상승도 가팔라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주간 전세 가격은 전주 대비 0.08% 올라 33주 연속 증가했다. 특히 강남 3구와 마포·용산·성동 등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상승폭이 커지는 추세다. 

◆ 월세 가격도 '고공행진'…서울 평균 144만 원, 역대 최고치

전세난 여파로 '월세 쏠림'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지만, 월세 가격마저 치솟으면서 무주택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가는 144만3000원으로, 통계 작성(2015년 7월)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자치구별로는 강남구가 평균 260만2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용산구(253만1000원), 서초구(243만7000원), 성동구(220만4000원)가 뒤를 이었다. 

정부는 '무리한 대출보다 저축을 통한 내 집 마련이 바람직하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발은 거세다. 실제 월세로 소득의 상당 부분을 지출하는 일반 세입자에게 '저축'을 통한 내 집 마련은 불가능에 가깝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서울 상용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476만5000원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 기준 서울 연립·다세대 평균 월세(63만3000원)를 제외하고 나머지 413만2000원을 모두 저축한다고 가정해도 10억 원을 모으는 데 20년이 넘게 걸리는 셈이다. 

전세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보증금 반환 불안감도 감돌고 있다. 갭투자가 막히고 토지거래허가제가 확대 적용되면서 집주인의 자금 여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새로운 세입자를 받아 기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6.27 대출 규제 여파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전세대출 보증 비율은 80%로 축소됐고, 신용대출 한도는 차주별 연 소득 이내로 제한되면서 임차인의 전세대출 길이 좁아졌다. 전세대출 보증 기준도 공시가격의 126% 로 낮아져 신규 전세대출이 막히는 주택이 늘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임대차시장은 허가구역 확대에 따라 전세 매물 잠김이 심화돼 전월세 가격 상승 압력이 높아지며 무주택자의 주거비 부담이 증가할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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