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배소현 기자]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직전 외교 핵심인 최선희 외무상의 러시아·벨라루스 순방을 발표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이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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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최선희 북한 외무상(왼쪽)이 지난달 29일 인민대회당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를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최 외무상이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방문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연달아 방문하려면 수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9∼30일 방한할 예정으로, 24일(현지시간)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그런데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는 시기에 북한의 외교를 책임진 최선희 외무상은 한반도에 없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물론 최 외무상이 없는 상황에서 북미 정상 간 만남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북미 협상의 역사에서 최선희가 갖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선희는 외무상이라는 직책을 떼고 보더라도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차 북미정상회담, 2019년 하노이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빠짐없이 참석한 북한의 손꼽히는 대미 협상 전문가다.
최 외무상은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깜짝' 북미 정상회동이 성사되는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에 머물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통한 '번개' 제안에 최선희 당시 외무성 제1부상이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응답하며 북미 회동이 급물살을 탔기 때문이다.
그런 최 외무상이 이번엔 호응은 커녕 러시아로 향하는 것이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만남 제안에 직접적인 반응은 내놓지 않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다면 핵심 수행원일 최 외무상의 러시아 방문계획을 발표하면서 간접적으로 '거부' 대답을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번에 북미 정상회동에 응하지 않는다면 이는 자신들이 내건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비핵화를 의제에서 제외하라'는 요구가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고 여겼기 때문일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그들이 일종의 뉴클리어 파워(핵보유국)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들이 뉴클리어 파워로 인정받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글쎄, 나는 그들이 핵무기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이는 핵보유국으로서 자신들의 달라진 전략적 지위라는 "현실을 인정한 데 기초"(김정은 위원장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발언)해서 대화하자는 북한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원하는 건 제재 해제를 수반하는 정치적 의미의 '핵보유국'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군사적 의미로 '핵무기가 있다'는 것에 가까워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선 불만일 수 있다.
더욱이 미국은 공개적으로는 여전히 '북한 비핵화가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번엔 실무회담을 거쳐 미국의 생각을 정확하게 파악한 뒤 정상회담을 하는 게 맞는다고 북한이 판단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편 북미 정상회동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 모두 개인적 친분을 과시하는 상황에서 다시 만난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둔다면 최선희 외무상이 배석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선 김 위원장이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도 만났다는 점을 대내외에 과시하며 9차 당 대회를 앞두고 최고 지도자의 위상을 높이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미디어펜=배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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