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위15구역 3차 입찰도 단독 참여…'10조 클럽' 입성 초읽기
美 기업과 원전 4기 FEED 계약 체결…본계약 체결도 '청신호'
트럼프 행정부, 원자력 발전 400GW 확대 추진…수주 기회↑
[미디어펜=박소윤 기자]현대건설이 국내외에서 '잭팟 행진'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 도시정비사업 '10조 클럽' 입성을 사실상 확정지었고, 해외에서는 미국 원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며 추가 수주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 현대건설 계동 사옥./사진=현대건설

2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장위15구역 재개발조합은 전날 시공사 선정을 위한 3차 입찰을 마감했다. 이번 입찰 역시 앞선 1·2차와 마찬가지로 현대건설이 단독 참여해 유찰됐다. 통상 도시정비사업은 2차 입찰까지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전환되지만, 장위15구역은 조합 정관에 따라 3차 입찰까지 진행됐다. 조합은 조만간 이사회 등을 거쳐 수의계약 전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장위15구역은 지하 5층~지상 35층, 37개 동, 총 3317가구 규모의 대형 재개발 사업으로, 공사비만 1조4662억 원에 달한다. 현대건설이 수의계약으로 시공권을 확보할 경우 올해 도시정비 누적 수주액은 10조1451억 원에 이르게 된다. 이는 2022년 기록한 역대 최고 실적(9조3395억 원)을 넘어서는 동시에 정비 역사상 최초로 연간 10조 원을 돌파하는 수치다.

해외에서는 미국 원전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미국 에너지 개발사 페르미아메리카(Fermi America)와 '복합 에너지 및 인공지능(AI) 캠퍼스' 내 대형 원전 4기 건설을 위한 기본설계(FEED)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이 캠퍼스는 텍사스주 아마릴로 외곽 약 2119만㎡ 부지에 조성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전력망(HyperGrid™) 단지다. △AP1000 대형원전(4GW) △SMR(2GW) △가스복합화력(4GW) △태양광·배터리저장시스템(1GW)을 결합한 총 11GW 규모의 에너지 공급 인프라 등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현대건설은 부지 배치 계획, 냉각 방식 검토, 예산 및 공정 산출 등 기본설계를 수행한다. 양사는 지난 7월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원자력 기반 하이브리드 에너지 기획부터 EPC(설계·조달·시공)까지 협의를 이어왔다. 현재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통합 인허가를 검토 중이다. 

이번 FEED 계약이 본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발주처인 페르미아메리카가 원전 사업 경험이 많지 않고, 대형 원전 시공 역량을 갖춘 글로벌 기업이 한국 건설사 외에는 드물기 때문이다. EPC 본계약 시점은 2026년 중순, 총 사업비는 약 60조 원, 시공 금액은 12조 원 내외로 추정된다.

현대건설은 국내 최초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신고리·신한울 등 주요 원전의 시공을 맡아 안정적인 공정관리 능력을 입증해 온 건설사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4호기 건설에서는 공기와 예산을 모두 지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신뢰를 쌓았다.

미국 내에서 원전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향후 현대건설의 수주 기회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미국은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과 노후 발전소 교체 시기가 맞물리면서 원전 시장의 고성장이 예견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약 100GW 수준인 원전 설비 용량을 2050년까지 400GW로 4배 확대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원전 르네상스'를 천명했다. 

현대건설은 웨스팅하우스, 홀텍인터내셔널 등 세계 주요 원전 기술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원전 밸류체인에 깊숙이 진입하고 있다. 대형 원전은 물론 소형모듈원전(SMR)까지 설계·시공 역량을 모두 갖춘 점이 해외 시장 진출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현대건설이 이번 계약을 발판으로 △플로리다 터키포인트(Turkey Point) 6·7호기 △노스캐롤라이나 윌리엄스테이츠리(William States Lee) 1·2호기 △사우스캐롤라이나 서머(Summer) 2·3호기 등 후속 수주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Duke Energy가 추진 중인 윌리엄스테이츠리 프로젝트는 최근 발표된 에너지 계획에서 "SMR뿐 아니라 대형 원전도 검토 중으로 Lee 프로젝트가 가장 유력하다"며 재추진 가능성을 높였다. 중단됐던 서머 프로젝트 역시 기존 인허가와 일부 구조물이 남아 있어 재개 시 빠른 진행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되는 미국 원전 시장의 첫 신호탄"이라며 "발주처가 첫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한국 시공사 외에는 대안이 부족한 점을 고려하면 EPC 계약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