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 올해 3분기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실적이 뚜렷하게 희비가 엇갈린 양상을 보였다. 성장 정체에 직면한 전기차 배터리 대신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이 주요 변수가 되면서 각사의 기술 전환 속도와 시장 대응 전략이 실적 흐름을 좌우했다. 특히 LFP(리튬, 인산, 철) 기반 ESS 생산이 기업별 실적의 분기점을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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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직원이 배터리 생산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사진=LG에너지솔루션 |
29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들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나란히 ESS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ESS 수요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세계 ESS 신규 설치 규모는 지난해 대비 약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시장 흐름에 대응한 기술 전략이 각사의 실적을 결정지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분기 매출 5조6999억 원, 영업이익 6013억 원을 기록하면서 흑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 매출은 17.1%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34.1% 증가했다. 전기차 배터리 매출은 다소 둔화됐지만 LFP ESS 제품군의 조기 양산 효과가 실적 회복에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초부터 오창공장에서 LFP 기반 ESS 생산라인을 가동하며 북미 시장에 대규모 공급을 시작했다. 특히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세액공제 요건을 충족하면서 미국 사업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지난 6월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LFP ESS를 양산한 만큼 효과를 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SDI는 3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프리미엄 중심의 하이니켈(LNMO·NCA) ESS 제품 비중이 높아 단가 부담이 심화된 영향이다. 북미 ESS 프로젝트 납품 일정이 일부 지연된 것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회사는 4분기부터 LFP ESS 전환을 본격화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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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SDI의 ESS 신제품 SBB 1.5를 인터배터리 전시에서 선보이고 있다./사진=삼성SDI |
삼성SDI는 중국과 유럽 일부 셀 공급처를 통해 LFP 제품 도입을 확대하고 있으며 자사 헝가리 공장 내 신규 LFP 라인 구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미국 현지 생산 체제 확립을 통해 ESS 대응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이달 스텔란티스와의 미국 내 합작법인인 SPE(스타플러스에너지)에서 NCA 기반 배터리 라인 가동을 시작하고 ESS용 배터리의 현지 양산을 본격화했다.
이어 내년 4분기 가동을 목표로 LFP 배터리 라인 전환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2026년 말 기준으로 미국 내 ESS용 배터리 생산능력을 연간 30GWh 수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SK온은 여전히 전환 속도가 다소 느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LFP 셀 양산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았고 전기차 중심의 고니켈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미국과 호주 등에서 현지 합작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ESS 전환 기반을 다지고 있다는 평가다.
SK온은 지난 9월 미국 플랫아이언과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SK온은 플랫아이언이 추진하는 매사추세츠주 프로젝트에 LFP 배터리가 탑재된 컨테이너형 ESS 제품을 2026년에 공급한다.
SK온은 2026년 하반기부터 ESS 전용 LFP 양산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 공장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 라인으로 전환해 현지 생산 체계를 빠르게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SK온의 진입은 다소 늦지만 북미 지역 규제 대응과 함께 현지 합작사를 통한 원가 절감 효과를 노린 전략으로 해석된다.
ESS 시장이 전기차 배터리를 대체하는 ‘수익성 구원투수’로 떠오르면서 내년 실적 변곡점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LFP ESS는 원가 효율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시장 주류로 부상할 것”이라며 “기술 전환 속도가 기업 수익성을 좌우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2026년을 기점으로 국내 배터리 산업의 구조가 전기차 일변도에서 ESS 병행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며 "얼마나 빠르게 전환하는 지가 관건이고 수익성이 따라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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