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연차 판매 중단 검토…무공해차 최소 840만대 보급
"2035 수송 부문 NDC, 국내 부품업계에 구조적 충격 줄 것"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신차 시장이 빠르게 '친환경화'로 전환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동시에 성장세를 타며 내연기관차 중심 구조가 눈에 띄게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중심의 성장세 탓에 정부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1~9월) 국내에서 새로 등록된 승용차 중 친환경차(하이브리드·전기·수소차) 비율은 43.1%로 집계됐다. 2020년 11.5% 수준이던 친환경차 비중이 5년 만에 4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차는 2020년 88.5%에서 올해 56.9%로 감소했다. 특히 경유차 비중은 24.0%에서 3.7%로 급감했다.

◆ 하이브리드 주도 친환경차 급증…3분기 33만4853대

국내 신차 시장의 친환경차 확대는 하이브리드차가 주도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는 전기차 인기가 주춤한 사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차의 인기 요인은 경제성과 실용성에 있다. 연비가 뛰어나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가 크며, 전기차와 달리 충전 인프라에 대한 제약이 없어 편의성이 높다.

올해 3분기까지 친환경차 중에서는 하이브리드가 29.3%(33만4853대)로 가장 많았고, 전기차는 13.4%(15만3195대)를 차지했다. 수소차는 현대자동차 '넥쏘'가 유일하게 판매되며 4093대가 등록됐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일제히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차 및 내연기관차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전기차 판매 목표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더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지원 정책을 거둬들이면서 각국 제조사들이 '수익성 방어'를 위해 전동화 전략을 재조정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NDC 달성 측면에선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하이브리드는 구조적으로 내연기관과 전기모터를 함께 사용하는 차량이기 때문에 완전 무공해차로 분류되지 않는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전기차·수소차 등 '제로 배출 차량'이 일정 비율 이상 확대돼야 한다.

◆ 정부 목표, 현실과 괴리…업계 "단계적 전환 필요"

정부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공식 검토 중이다. 수송 부문이 7개 온실가스 감축 대상 부문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전년 대비 0.4% 감축에 그쳤고, 2018년 대비로도 1.3%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48%에서 최대 65%까지 네 단계의 감축 목표를 제시하며 자동차 산업 구조를 친환경 중심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가장 낮은 48% 감축안을 기준으로 하면 앞으로 10년 동안 전기차와 수소차를 840만 대, 가장 높은 65% 안은 980만 대까지 보급해야 한다. 단순 계산으로 매년 84만~98만 대를 팔아야 하는 셈이다. 작년 신차 등록 대수 163만 대를 감안하면 절반 이상이 무공해차로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속도전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충전 인프라와 보조금 예산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일정을 급하게 앞당기면 산업의 연착륙이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인프라 확충·부품업계 전환 지원을 병행하는 단계적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남훈 KAIA 회장은 "최근 정부가 내놓은 2035 수송 부문 NDC는 국내 부품업계에 구조적 충격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부품기업의 95% 이상이 중소·중견기업인 데다 절반 이상은 매출에서 미래차 비중이 10% 미만으로 급격한 내연기관차 퇴출이 현실화할 경우 부품업체들의 경영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공해차 980만 대 보급은 비현실적인 수치로 감축 목표를 절반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기차는 판매량이 보조금 여부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예산을 감안할 때 내년까지 약 112만 대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2030년 목표를 달성하려면 2027년 이후 매년 85만 대 이상 판매해야 하지만, 보조금 재원에 한계가 있는 데다 전기차 가격의 급격한 인하 없이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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