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잠수함 대응·한반도 방어, 미 부담 줄어들 것"...트럼프, 즉답도 거부도 안 해
트럼프 “아직 해소되지 않은 먹구름 있어, 곧 해결 기대…훌륭한 한미 관계 확신”
양국 정상, 김정은과 회담 불발 확인…이 “트럼프의 진심 수용 못해서 불발”
트럼프 "한국과 함께 미국에서 배 만들어...미국 조선업 지위 되찾을 것"
[미디어펜=(경주)김소정 기자]이재명 대통령은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다시 만나 방위비 증액 등을 거론하면서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한 양국 간 실질적인 원자력협정을 시작하자고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디젤 잠수함은 잠항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북한이나 중국 측 잠수함에 대한 추적 활동에 제한이 있다”며 “연료 공급을 허용해주시면 저희가 저희 기술로 재래식 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을 여러 척 건조, 한반도 해역의 방어 활동을 하면 미군의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핵추진잠수함의 연료를 공급받을 수 있게 결단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께서) 이미 지지해주신 것으로 이해하는데,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부문에 대해서 실질적인 협의가 진척될 수 있도록 지시해주시면 빠른 속도로 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불과 1년이 안 돼서 1조 달러의 해외투자를 이뤄냈다며 스스로 치적을 과시하며 “양국 사이에 아직 남아 있는 구름이 있지만 조만간 걷혀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미 양 정상의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오후 2시 39분부터 시작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예정된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일본을 떠났으며, 김해공항에 도착한 뒤 곧바로 미국 대통령의 전용 헬기인 마린원으로 경주에 도착, 전용차량인 비스트를 이용해 회담장으로 이동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국립경주박물관 앞 천년미소관 앞에서 직접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 차량까지 몇걸음 걸어가서 환영하는 이 대통령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인사를 나누면서 어깨를 툭툭 치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회담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 앞에서 모두발언에 나선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국빈으로 대한민국을 두 번째 방문하는 유일한 분이다. 또 미국 대통령으로서 처음 대한민국 대훈장을 받으신다. 그런 면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치하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한 지 9개월 동안 전세계 8곳의 분쟁지역에 평화를 가져오면서 피스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잘 하고 계신다”며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많은 사람이 죽거나 대량 파괴가 이뤄질 수 있는 큰 문제들을 잘 해결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뒤 악수하고 있다. 2025.10.29./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또 “이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큰 역량으로 전세계와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주시면, 제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정하는 페이스 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겠다는 말씀을 다시 한 번 드린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한미 사이에) 아직 해소되지 않은 어떤 먹구름 같은 게 있다”며 교착 국면에 있는 한미 관세협상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그것도 곧 해결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우리가 우호적 관계 유지했다. 이 대통령은 훌륭한 대통령으로서 임기를 계속 이어갈 것이고, 훌륭한 (한미) 관계를 이어나갈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어제 일본에 있었는데, 도요타가 1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면서 자동차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 노동자들도 많이 고용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조선 협력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양국이 협력하고 있고, 그래서 함께 미국에서 배를 만들 것이다. 다시 우리는 함께 조선을 시작할 것이고, 과거의 미국 조선업 지위를 되찾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양 정상은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동이 불발됐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아직까지는 김 위원장이 대통령님의 진심을 제대로 수용하지 못해서 불발됐다”며 “하지만 대통령께서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요청하고,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 자체만으로도 한반도에 상당한 평화의 온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제가 굉장히 잘 안다”며 “우리가 (만남의) 타이밍을 잘 해결하지 못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내일 오시고, 그것도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다. 시 주석과 만남도 저는 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김 위원장과 나는 같이 일을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5.10.29./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또 트럼프 대통령은 “‘상식’이란 말을 제가 좋아한다. 결국 상식대로 우리는 할 것”이라며 “시간이 좀 걸릴 것이기 때문에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지만 우리는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국빈 방한 이후 8년 만에 다시 한국을 국빈 방문했다. 또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경주 방문을 통해 이 대통령을 만난 것은 지난 8월 첫 정상회담 이후 두 달여 만이어서 역대 최단기 내 한미 정상의 상호 방문이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립경주박물관에 국빈 자격으로 전통 취타대의 선도·호위 속에 입장했으며, 이 대통령은 박물관의 천년미소관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했다. 이어 양 정상은 박물관 안으로 이동해 방명록에 서명하고, 트럼프 굿즈 전시를 둘러보며 일대일 환담을 나눴다.

양 정상의 환담이 끝나면서 곧바로 공식환영식이 이어졌다. 양 정상은 의장대를 함께 사열하고 양쪽 대표단과 인사를 교환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최초로 우리 정부의 최고 훈장인 ‘무궁화 대훈장’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궁화 대훈장을 수훈하는 첫 미국 대통령이 됐다. 

또 양 정상은 신라 금관을 함께 관람했으며, 이후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했다. 

대통령실은 “이는 한반도에서 장기간 평화시대를 유지한 신라의 역사와 함께 한미가 함께 일구어 나갈 한반도 평화 공존과 공동성장의 새 시대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양 정상은 오찬을 겸한 확대회담을 이어갔다. 확대회담에선 양국 핵심 각료가 배석한 만큼 관세협상 내용인 무역과 투자, 경제안보 협력, 동맹 현대화, 한반도 평화를 포함한 한미동맹의 전방위적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오찬장에는 ‘평화’의 의미를 담은 꽃인 ‘피스 릴리’가 배치됐다. 대통령실은 “국제 평화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이 한반도에서도 꽃피우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한미 관세협상의 경우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금 운용 방안 등 세부 쟁점을 두고 양국이 교착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계기 양 정상의 ‘톱다운’ 방식으로 이견을 좁히고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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