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대안신용평가 고도화로 씬파일러도 포용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 포용금융 공급액 1위'를 달리고 있는 카카오뱅크가 올해 중·저신용자대출에 더욱 박차를 가하며, '전 국민을 위한 은행'의 모습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개인 중·저신용자에 이어 소상공인으로 영역을 확장한 카뱅은 올해 상반기에만 1조 2000억원의 자금을 공급하며, 지난달 누적 15조원의 포용금융을 달성했다. 

대형 시중은행이 연체에 따른 악성 부실채권 확대 등을 우려해 중·저신용자대출을 외면한 것과 상당히 대조적인데, 카뱅은 그 비결로 2017년부터 확보한 자체 대안신용평가모형을 꼽고 있다. 카뱅은 자체 개발한 대안신용평가모형을 외부에도 개방해 국민 모두를 위한 포용적 금융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다. 

   
▲ 조진현 카뱅 신용리스크모델링팀장이 포용금융 확대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카카오뱅크 제공


카뱅은 지난 29일 여의도 파크원타워에서 기자간담회 '카뱅 커넥트'를 열고, 그동안의 포용금융 여정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발표를 맡은 조진현 카뱅 신용리스크모델링팀장은 "(자체) 대안신용평가모형을 통해 금융 소외계층의 신용평가 사각지대를 해소했다"며 포용금융 1위의 비결을 설명했다.

통상 은행은 고객에게 대출을 내어줄 때 과거 신용거래행태를 일종의 '신용평가모형'으로 활용해 통계적으로 분석하고, 가까운 미래의 신용도를 예측해 대출여부·금액·금리 등 신용평가시스템(CSS)을 마련한다. 

카뱅은 출범 당시 자체 고객 데이터를 갖추지 못해 인터넷은행 설립 배경 중 하나인 '포용금융 확대'에 더딜 수밖에 없었다. 불확실한 고객의 과거이력을 토대로 대출을 내어줘야 하는 만큼, '건전성 관리'가 최대 숙제인 은행으로선 사실상 중금리대출 확대가 허상에 가까웠다. 실제 카뱅은 출범 초창기 국내 주요 신용평가정보기관(CB사)으로부터 데이터를 구매해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뱅의 '1단계' 신용평가모형이었던 셈이다.

독자적 대안신용평가모형으로 씬파일러도 흡수

하지만 만 8년이 지난 현재, 카뱅은 과거의 우려를 이겨내고 거듭 포용금융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조 팀장은 이 같은 배경으로 자체 대안신용평가모형 구축을 꼽았다. 카뱅은 2020년 5월(2단계)부터 대출실행고객 정보를 토대로 자체모형을 구축했고, 2021년 6월(3단계)부터 머신러닝을 활용한 자체 개발 신용평가모형에 비금융정보를 반영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려왔다. 

본격 중·저신용자대출이 확대된 건 대안정보로 특화모형을 구축한 2022년 12월부터(현행 4단계)다. 카뱅은 2022년부터 롯데멤버스·교보문고 등 가명결합데이터 1800만건을 활용해 업계 최초의 독자적 대안신용평가모형인 '카카오뱅크스코어'를 개발했다. 카뱅스코어는 △카뱅 적금·이체 실적 △카카오 선물하기·택시 이용 등 카카오 계열사의 공동체정보를 비롯 도서 구매 등 3800여 변수를 반영했다. 

이는 일반 은행이 CB사로부터 고객의 대출·연체·카드 정보 등 과거신용이력에 의존해 대출가능여부를 판가름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변수를 채택함으로써 신용이력이 부족한 대출자(씬파일러)들을 대거 포용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특히 2023년에는 CB사로부터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도를 부여받는 음식점업·온라인셀러 등 개인사업자·소상공인을 위한 업종별 특화 신용평가모형를 구축하면서 포용금융을 확대하는 기폭제가 됐다. 실제 올해 3분기까지 포용금융의 약 13%에 달하는 1조원의 자금이 기존 금융정보 중심모형 상 거절된 고객에게 추가 공급됐다는 후문이다.

카뱅은 단순 포용금융 확대 수준에 그치지 않고, 자체 구축한 대안신용평가모형을 외부 금융기관으로도 개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카뱅은 대표 신용평가기관인 'NICE평가정보'와 협력해 '카카오뱅크 플랫폼 스코어(카플스코어)'를 개방하기로 했다. 또 자사 '신용대출 비교하기' 서비스 입점 금융사에 신용평가정보를 제공하고, 향후 적용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조 팀장은 "카카오뱅크를 넘어 전 국민이 보다 공정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안신용평가모형의 저변을 확대해 진정한 의미의 포용금융을 실천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이재욱 카뱅 AI고객서비스개발팀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카카오뱅크 제공


금융에 AI 더했다…고객 혁신 주도

아울러 카뱅은 최근 대세로 자리한 인공지능(AI)에 대해서도 'AI 네이티브 은행'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AI에 진심인 은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카뱅은 생성형 AI 등을 서비스 전반에 적용해 고객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기술기반 은행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사례는 곳곳에서 포착되는데, △AI 스미싱 문자 확인 △AI 검색 △AI 금융계산기 △인앱 상담 챗봇 △AI 플레이그라운드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최근 보이스피싱 등 민생금융 침해 사고가 커지는 가운데, 카뱅의 'AI 스미싱 문자 확인' 서비스는 AI가 문자 내용, 단어 조합, URL 패턴, 사례 등을 분석해 스미싱 여부를 판별해준다. 아울러 이상거래탐지(FDS) 시스템을 고도화해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를 사전에 탐지하는 한편, 안면인식 기반 신분증 진위 검증 시스템과 OCR·RPA 자동화 기술을 통해 고객 인증과 내부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한편 카뱅은 AI를 핵심 성장축으로 삼고, AI·인증·빅데이터 등 신기술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뱅은 현재까지 169건(국내 111건, 해외 58건)의 특허를 출원하고, 국내외 학회에 16건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다. 특허 출원의 커맨드센터인 '금융기술연구소'는 미래 금융 기술 트렌드를 예측하고 연구개발 과제를 정리해 비즈니스 전략과 연계할 예정이다. 

이재욱 카뱅 AI고객서비스개발팀장은 "AI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고객이 더 쉽고 안전하게 금융을 이용하도록 돕는 가장 유용한 도구"라며 "앞으로도 기술로 금융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하고, 누구나 즐겁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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