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매출 86조원·영업익 12.2조 '최대 실적'
AI 메모리 기술 초격차로 주도권 확보 속도
HBM4 전 고객 샘플 출하…내년 계약 완료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삼성전자가 3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12조 원을 돌파했으며, 매출은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세와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이 맞물리며 위기론을 털고 반등의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30일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3분기 매출 86조617억 원, 영업이익 12조1661억 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8%, 32.5% 증가한 금액이다. 순이익은 12조225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늘었다.

이번 실적 개선을 이끈 건 단연 반도체(DS) 부문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실적이 모두 개선되며 DS부문 매출 33조1000억 원, 영업이익 7조 원을 기록했다. 

메모리 사업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3E 판매 확대와 DDR5, 서버용 SSD 등 AI 서버 수요 강세에 힘입어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올렸다. 가격 상승과 전 분기 재고 관련 일회성 비용 축소가 맞물리며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됐다.

파운드리는 첨단공정 중심으로 분기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 일회성 비용 감소와 라인 가동률 개선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크게 좋아졌다. 삼성전자는 내년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양산을 본격화하고, 미국 테일러 팹을 2026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갤럭시 Z 폴드7' 출시 효과와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호조에 힘입어 매출 48조4000억 원, 영업이익 3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 생활가전은 미국 관세 부담과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수익성이 다소 둔화됐지만,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갔다.

디스플레이(SDC)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수요와 신제품 효과로 매출 8조1000억 원, 영업이익 1조2000억 원을 기록했다. 하만은 소비자 오디오 판매 호조와 전장 부문 매출 확대로 매출 4조 원, 영업이익 4000억 원을 달성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오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HBM4 완판…AI 시대 메모리 주도권 선점

삼성전자는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HBM3E를 전 고객 대상으로 양산 판매 중이며, HBM4는 샘플 요청을 한 모든 고객사에 출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HBM 수요가 공급보다 빠르게 늘고 있고, 우리 또한 모든 고객사를 대상으로 HBM3E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며 "3분기 판매량은 전 분기 대비 80%대 중반 증가했으며, 기존 레거시 제품은 전량 HBM3E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HBM4의 경우 이미 개발을 완료해 모든 고객사에 시제품을 출하했고, 고객 일정에 맞춰 양산 출하를 준비 중"이라며 "HBM4는 고객 요구를 상회하는 성능으로 개발돼 11Gbps 이상의 속도를 저전력으로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아울러 AI 서버 시장 확대로 HBM 수요가 공급 속도를 앞지르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내년 대규모 증산 투자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김 부사장은 "내년 HBM 생산량 증가율 계획은 올해 대비 대폭 확대 수립했으나 이미 해당 계획분에 대한 고객 수요를 확보한 상황"이라며 "추가 고객 요청이 지속되고 있어 증산 가능성도 내부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범용 D램 가격 상승으로 HBM과의 상대적 수익성을 고려해 시장 상황을 보며 증산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내년 HBM 생산 물량은 이미 완판된 상태다. 앞서 SK하이닉스 역시 내년 공급 물량을 전량 계약 완료했다고 밝힌 바 있으나, 글로벌 빅테크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HBM4 수요는 예상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이 밖에도 김 부사장은 "내년 메모리 투자는 적극적 기조를 유지하며 전년 대비 상당 수준의 증가를 고려 중"이라며 "D램은 AI 수요 대응을 위해 1c 나노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미래 수요를 대비한 건설 투자도 일부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체 메모리에서 D램 설비투자 비중은 전년 대비 확대하고, 낸드 역시 점진적으로 시장 수요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파운드리 공장 전경./사진=삼성전자


◆ 4분기도 AI 훈풍…HBM4·2나노로 미래 선점

삼성전자는 4분기에도 AI 산업 성장세와 더불어 DS·DX 전 부문에서 실적 개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 사업은 HBM3E·DDR5 등 고용량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파운드리는 2나노 공정 양산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MX(모바일) 부문은 연말 성수기 프로모션을 통해 '갤럭시 S25' 시리즈 및 폴더블 AI폰 판매를 강화한다. 중장기적으로는 AI 반도체 투자 확대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어지고, 삼성은 HBM4 수요 확대에 맞춰 1c D램 캐파(생산능력)를 늘리고, HBM4 베이스다이 양산을 추진해 차세대 시장 선점을 노릴 계획이다.

연구개발(R&D)도 지속해서 이어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투자를 지속, 3분기 누계 기준 역대 최대인 26조9000억 원의 R&D 비용을 집행했다. 파운드리 부문에 대해서도 고객 확보를 위한 탄력적 투자 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김 부사장은 "미국 테일러 신규 팹 건설 마무리와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며, 2026년부터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HBM3E·HBM4 양산 경쟁에서 기술·물량 두 축을 모두 선점하며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강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HBM4가 본격 상용화되는 내년은 'AI 메모리 전쟁'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HBM4는 GPU 성능 경쟁의 핵심 부품으로, 슈퍼사이클에 접어든 만큼 엔비디아 이외에 다양한 수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며 "삼성전자가 1c D램 기반의 HBM4를 조기에 양산함으로써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과의 전략적 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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