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율 관세 본격 반영 첫 분기…영업이익 30% 줄고 수익성 '주춤'
한·미 자동차 관세 15% 인하 합의…일본·EU와 관세율 같아져
[미디어펜=김연지 기자]현대차가 올해 3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최대 수출국인 미국의 자동차 관세 인하 지연 여파로 영업이익은 30% 가까이 줄었다. 고율 관세 부담이 본격 반영된 첫 분기였던 만큼 수익성이 큰 폭으로 악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전날 한미 간 관세 협상 세부 합의로 자동차 관세율이 15%로 낮아지면서 4분기부터는 일부 수익성 회복이 기대된다.

현대자동차는 30일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열어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46조7214억 원, 영업이익 2조5373억 원, 당기순이익 2조5482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CEO) 사장은 "탄탄한 비즈니스 펀더멘털과 시장 변동에 대한 전략적 대응을 바탕으로 글로벌 자동차 판매를 확대하며 3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영업이익은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인센티브 증가와 관세의 영향을 받았으나, 현대차는 생산 전략 최적화와 다각화된 파워트레인 전략 등을 통해 수익성 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현대차·기아 양재사옥./사진=현대차그룹 제공


◆ 3분기 사상 최대 매출…관세·비용 부담에 수익성 '뚝'

현대차는 올해 3분기(7~9월) 글로벌 시장에서 103만8353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한 수치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의 판매 호조가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국내에서는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와 아이오닉 9 등 신차 효과로 SUV 판매가 늘면서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한 18만 558대를 기록했다. 해외에서는 1.9% 증가한 85만 7795대가 팔렸다. 대외 환경 악화로 신흥시장 판매가 감소했으나 미국에서는 2.4% 늘어난 25만 7446대가 판매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8% 증가한 46조7214억 원으로 역대 3분기 기준 최대치를 달성했다. 북미 시장에서의 판매 확대와 우호적인 환율(1달러당 평균 1385원) 영향이 매출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매출원가율은 82.3%로 높아졌고, 마케팅·보증 비용 증가로 판매관리비도 16.9% 늘었다.

영업이익은 2조5373억 원으로 전년 대비 29.2% 감소했다. 3분기는 고율 관세가 전면 반영된 첫 분기로 작년 같은 기간(3조5809억 원) 대비 1조 원가량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5.4%로 집계됐다. 경상이익은 3조3260억 원, 순이익은 2조5482억 원을 기록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관세로 인한 손실액은 1조821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2분기 손실액(약 8200억 원)의 약 2.1배 수준이다. 미국 관세 영향이 본격 반영된 결과다. 이승조 현대자동차 기획재경본부장은 "3분기 영업이익 가운데 관세영향으로 인해 1조800억 원의 영업이익 감소가 발생했다"면서도 "선제적 컨틴전시 플랜의 적극적인 실시로 관세영향을 일부 만회했다. 관세 타결로 인해 기존 대비 부담이 적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도별 영업이익 목표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자동차 관세 15% 인하…이르면 11월 1일부터 적용

전날 한미 간 관세협상 세부 합의가 타결되며, 미국의 대(對)한국 자동차 관세가 기존 25%에서 15%로 인하됐다. 자동차 관세율 인하 적용 시점은 11월 1일자가 유력하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우리나라의 대미 최대 수출 품목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일본, 유럽연합(EU)과 동일한 수준으로 인하해 불리하지 않은 경쟁 여건을 확보했다"면서 "자동차 부품 관세도 15%로 인하된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 7월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미국과 합의했지만 후속 협의가 난항을 겪으며 실제로는 25% 관세가 계속 적용돼 왔다. 이번에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 인하가 재확인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관세 비용은 25%일 때 8조4000억 원에 이르지만, 15%로 인하될 경우 5조3000억 원으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부담이 약 3조1000억 원 완화될 전망이다. 일본·유럽과 동일한 수준의 관세율을 확보하면서 경쟁력 격차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는 2분기 자동차 관세로 총 1조6142억 원의 영업이익 손실을 봤다. 현대차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15.8%, 기아는 24.1% 감소했다. 고율 관세가 현대차그룹의 2분기 영업이익을 1조6000억 원가량 깎아내리며 수익성 악화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한 만큼, 이번 인하 결정은 부진한 실적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는 호재로 평가된다.

현대차는 관세 등 통상 환경 변화가 여전히 경영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 있지만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컨틴전시 플랜의 추진으로 '2025년 연결 기준 연간 가이던스'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와 혁신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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