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사태·중복 노선 경쟁으로 단거리 LCC 시장 ‘출혈경쟁 심화’
중장거리·단독 노선 확보와 안전관리 강화, LCC 생존 전략의 핵심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동남아·일본·중국 등 단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격화된 출혈경쟁을 벌여왔지만 최근 들어 차별화 여지가 급격히 약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단독. 중장거리 노선 확보가 항공사들의 핵심 생존 전략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모습./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캄보디아발(發) 외교·안전 리스크가 동남아 여행 수요에 ‘기피 증상’을 유발하면서 LCC들의 수익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28일 기준 외교부는 취업 사기를 이용한 범죄로부터 국민 보호를 명목으로, 브루나이와 싱가포르를 제외한 동남아 11개국 가운데 나머지 9개 나라에 단계별 여행경보를 발령한 상태다.

그간 동남아 노선은 국내 LCC들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일본·중국 노선에 비해 운항 거리가 길고 단가가 높으며 겨울철 온화한 날씨로 가족·단체 여행 수요가 꾸준히 유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한 동남아 안전 우려와 현지 범죄 사건이 잇따르면서 여행객들의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인근 동남아 국가에 대한 고객들의 불안이 확산됐다”며 “일부 노선의 경우 예약률이 크게 감소했다”고 말했다.

노선 전략에서도 일본 소도시·중국 무비자(비자 면제) 노선 확보라는 흐름이 여러 항공사에서 동시에 추진되며 전략의 차별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예컨대 최근 발표된 소도시 노선 또는 중국 무비자 노선 확보 경쟁은 각 항공사가 거의 동일한 카드를 꺼내면서 경쟁이 서로 겹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제 제주항공, 티웨이, 에어서울 등은 일본 요나고, 히로시마, 마쓰야마 등 ‘한적한 힐링 여행’ 내세운 중소 도시 노선을 잇달아 신설했다. 

다만 항공사들이 비슷한 시기에 같은 전략을 내세우면서 탑승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일본 노선의 경우 엔저 효과로 항공권 가격 경쟁이 심화돼 수익성 방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항공사별 올해 2분기 실적을 보면 최근 일본 소도시 전략을 내세웠음에도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영업손실이 각각 419억 원, 790억 원을 기록했다. 진에어와 에어부산의 경우 매출이 각각 0.7%, 27.2%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이런 맥락에서 항공업계에서는 중장거리 노선 확대 혹은 타사와 경쟁이 상대적으로 낮은 단독 노선 확보만이 LCC의 새로운 생존 전략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실제 일부 LCC들은 중·장거리 노선 진출을 실행 중이다. 

티웨이항공은 유럽·북미 노선 확보를 통해 경쟁이 덜한 구간으로 영역을 넓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중장거리 하이브리드 모델을 지향하는 에어프레미아도 LA노선 취항 3주년을 맞는 등 꾸준히 차별화 요소를 강화 중이다.
 
아울러 노선 전략 변화와 더불어 안전관리 및 브랜드 신뢰 회복도 함께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단거리 노선 위주의 가격 경쟁이 운항 회전율을 강조하는 구조를 낳으면서 정비·운항 안정성 등 서비스 품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업계에서는 향후 차별화 경쟁력이 ‘거리(노선 길이)·독점성(단독 노선 확보)·신뢰(안전관리)’라는 세 가지 요소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출혈 경쟁이 당장의 고객 유입은 가져왔지만, 지속 가능한 수익을 담보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LCC 시장은 여전히 ‘싼 항공권’으로만 승부하는 구조”라며 “운항 횟수와 노선이 겹치는 단거리 시장에서는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렵기에 중장거리나 틈새 단독노선 확보가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