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이어 신세계도 인천공항 면세 사업권 일부 반납…“손실 감당 못해”
‘알짜’ DF1·DF2 권역 공실로…인천공항공사, 연내 재입찰 공고 전망
입찰액·안정성이 선정 좌우…‘철수’ 감점에 외국 면세점 입성 가능성도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신세계면세점이 신라면세점에 이어 인천국제공항 면세 사업권을 일부 반납하면서, ‘알짜’로 꼽히는 면세점 DF1·DF2 권역이 비게 됐다. 국내 주요 면세점 중 롯데·신라·신세계에 ‘철수’ 딱지가 붙음에 따라, 향후 진행될 재입찰에서 해외면세점이 입점해 국내 면세 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 면세구역 내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매장./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31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DF2 권역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인천공항 면세점 객단가 하락으로 적자가 지속되면서, 막대한 위약금을 물더라도 일부 사업권을 반납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계산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매달 50~1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DF2 사업권 반납에 따라 신세계면세점이 지불해야 하는 위약금은 약 1900억 원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운영을 지속하기에는 경영상에 손실이 너무 큰 상황으로 부득이하게 인천공항 면세점 DF2 권역에 대한 사업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인천공항 DF2 권역 면세점은 내년 4월27일까지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신라면세점이 DF1 권역 사업권을 반납한 데 이어 신세계면세점도 DF2 권역 사업권을 반납함에 따라, 인천공항공사는 올해 안에 해당 권역 재입찰 관련 공고를 낼 것으로 보인다. DF1과 DF2는 면세점 핵심 상품인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등을 취급해 ‘알짜 사업권’으로 꼽힌다. 두 면세점은 과도한 임대료 부담으로 철수를 결정했지만, 면세업계에서는 두 권역 사업성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적정한 임대료로 사업권을 따낼 수 있다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때문에 향후 진행될 재입찰에서는 입찰 금액을 놓고 한층 치열한 눈치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현재 인천공항공사는 공항 이용객 수에 비례하는 임대료 산정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공항 이용객이 늘어나면 면세점 매출이 늘지 않더라도 임대료가 증가하는 구조다. 게다가 최근 면세점 객단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대기업 면세점들은 보수적인 금액을 입찰할 가능성이 높다. 무조건 사업권을 따내기보단 수익을 낼 수 있는 적정 임대료 산정에 중점을 두면서, 각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을 엿볼 수 있는 입찰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면세업계는 두 면세점이 잇달아 철수한 만큼, 인천공항공사가 다음 면세사업자 선정에서 임대료 금액과 사업 운영 안정성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 측이 입찰 기준 임대료를 일부 낮출 수밖에 없는 만큼, 높은 임대료를 써내는 것이 선정을 좌우할 것이란 예상이다. 현재 인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 중인 현대면세점과 지난 입찰에서 고배를 마셨던 롯데면세점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지만,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역시 입찰에 다시 참여할 수 있다. 각 면세점은 공사에서 입찰 공고를 보고 대응하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변수는 주요 면세점들의 면세사업 철수 이력이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8년 임대료 부담을 이유로 인천공항에서 철수했는데, 이후 진행된 사업자 선정에서 더 높은 임대료로 입찰했음에도 선정에서 탈락한 바 있다. 인천공항공사의 정성평가 세부 평가 항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롯데면세점이 과거 사업 철수 이력 때문에 ‘안정적인 면세점 운영 능력’에서 감점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준이 이번에도 적용된다면 신라·신세계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해외 면세기업의 국내 진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23년 입찰에도 참여했던 중국국영면세점그룹(CDFG)이 유력한 후보다. CDFG는 올해 상반기 매출 282억 위안(약 5조6500억 원), 영업이익은 37억 위안(약 7417억 원)을 거두는 등 국내 주요 면세점보다 규모 면에서 앞서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면세업 불황과 중국 내수 침체로 실적이 악화됐지만, 여전히 막대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임대료 금액에 높은 가점이 부여된다면, 상대적으로 높은 금액을 입찰할 여력이 있는 CDFG가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성하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가 과거 외국계 면세점 입점 당시 통제에 곤란을 겪었던 경험이 있고, 외국계 기업의 국내 진출에 여러 장벽이 있는 만큼 CDFG의 국내 진출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순 없다”면서 “다만 공사 측에서도 최대한 높은 임대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 만큼 결국 입찰 금액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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