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동등성 입증 필요한 비교임상, 면역원성 평가 등 축소
통상 6~8년 소요시간과 비용 크게 단축…국내서도 출시시기 주시
[미디어펜=박재훈 기자]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바이오시밀러 승인 절차에 대한 획기적 개정안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판도가 변화를 앞두고 있다. 복잡한 임상시험 설계를 요구하던 기존 절차가 간소화될 경우 허가까지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줄어 한국 기업을 포함한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제조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전망이다.

   
▲ 미국 FDA./사진=FDA 홈페이지 캡처


3일 업계에 따르면 FDA는 최근 ‘바이오시밀러 유사성 입증 연구에 관한 가이드라인’ 개정 초안을 제시했다. 이번 지침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 제품 간의 구조적·기능적 유사성을 기존보다 단순하면서 효율적으로 입증할 수 있도록 규제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핵심은 동물실험 및 일부 임상 연구 단계를 생략하거나 축소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고도의 동등성을 입증하기 위해 비교 임상, 면역원성 평가, 대조군 시험 등 복잡한 과정이 필수였다. 그러나 FDA는 축적된 과학적 근거와 다년간의 검증 결과를 토대로 특정 바이오시밀러 품목에서는 이 같은 절차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단백질 구조 분석, 생물학적 활성 비교 등 비임상 자료 중심의 평가로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FDA는 새 정책의 목표를 ‘바이오시밀러를 오리지널 의약품의 상호대체 가능한 형태로 개발·승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바이오시밀러로 대체 조제가 가능한 수준의 품질과 효능을 인정하겠다는 의미다. FDA는 이번 가이드라인을 통해 바이오시밀러의 상호대체성 인정 절차 또한 간소화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개정안이 글로벌 바이오 시장 경쟁 구도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미국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어온 한국, 유럽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에게는 허가 장벽이 대폭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통상 임상시험에 수년과 수백억 원이 소요됐던 기존 구조에서 상당한 절약 효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 미국 시장용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FDA 승인을 받기까지는 평균 6~8년이 걸렸으며, 개발비용은 품목당 2000억~3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이번 개정이 확정되면 비임상 중심의 자료 제출로 허가 절차가 단축돼 승인까지 걸리는 시간이 1~2년 이상 단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국내 주요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은 이미 해당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은 FDA의 규제 변화에 맞춰 미국 내 허가 전략을 재검토하고 개발 중인 제품의 신청 시점을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호대체성 인정이 확대되면 현지 유통·처방 시장에서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FDA는 오는 연말까지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상반기 중 최종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 바이오 업계는 해당 일정에 맞춰 임상 설계 변경, 허가 전략 재조정, 현지 파트너십 확대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관계자는 “FDA의 이번 결정은 바이오시밀러를 단순한 복제 의약품이 아닌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 치료 대안으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간소화 절차가 품질 검증의 부담을 기업에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하며 철저한 과학적 데이터 확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의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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