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HS효성그룹이 차세대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실리콘 음극재’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이는 ‘원천기술과 지적자산에 기반한 가치극대화’를 강조해 온 조현상 부회장의 ‘가치경영’의 일환이다.
HS효성은 지난달 31일 1억2000만 유로(약 2000억 원)을 투자해 벨기에에 본사를 둔 글로벌 소재기업 유미코아의 배터리 음극재 자회사 EMM를 인수하고, 유미코아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거래는 당국의 승인을 거쳐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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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왼쪽 네 번째)과 바트 삽 유미코아 CEO(왼쪽 세 번째)이 벨기에 현지에서 기념촬영을 진행하고 있다./사진=HS효성 제공 |
유미코아는 100년이 넘는 역사와 첨단소재 원천기술력을 바탕으로 배터리·촉매·반도체·방산·우주항공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및 생산능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이다. 최근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는 희토류 관련 기술도 보유하고 있으며, 한때 퀴리 부인이 라돈·우라늄 등 연구활동을 했던 곳으로도 명성을 떨친 곳이기도 하다.
실리콘 음극재는 배터리의 음극에 적용되는 소재로 기존의 흑연 음극재 대비 에너지 밀도가 최대 10배 이상 높아 차세대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전기차의 충전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급속충전이 가능하고, 충전효율 개선과 주행거리 향상 및 가격 경쟁력 확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기술이다.
특히 음극재 이외의 다른 소재 영역이 기술적 한계에 이르면서 실리콘 음극재가 미래 배터리 혁신에 가장 잠재력이 큰 분야로 꼽히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여전히 빠르게 성장 중이다. 2024년 기준 전체 신차 판매의 20% 이상이 전기차로 2025년 25%, 2030년에는 40%(연간 4700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AI 혁명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로보틱스, 드론 등 새로운 수요처가 추가돼 배터리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음극재 시장은 이들 산업에 필수적인 배터리팩 용량 증대, 고에너지밀도 및 급속충전 수요에 적합한 실리콘 음극재 중심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조현상 부회장, 지속적인 성장 기반 마련
조 부회장은 평소 기술과 지적자산 확보를 통해 고부가 포트폴리오를 지향하고, AI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가치경영 철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차세대 AI로 불리는 엔터프라이즈 AI, 피지컬 AI 관련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지적자산을 보유한 글로벌 업체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해오고 있다.
이번 인수도 조 부회장이 유미코아를 수차례 직접 방문했으며, 계약기간인 10월 말을 맞추기 위해 ABAC 의장을 맡고 있던 APEC 준비기간에도 협상을 위해 여러 차례 양사의 철야 미팅을 가진 것으로 전했졌다.
HS효성그룹은 기존의 타이어코드·첨단모빌리티 소재·AI/DX 등을 기반으로 한 기존 사업구조에 탄소섬유, 이번 인수를 통한 배터리소재사업, 추가적인 AI/DX 사업모델 등 고성장 분야의 진출을 통해 그룹 성장을 위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HS효성은 이번 인수를 통해 향후 5년간 1조5000억 원을 투자해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첫 투자처로는 울산을 택했다. 60년 전 효성그룹의 모태가 된 울산공장은 현재 아라미드, 자동차소재 사업외 대부분의 사업을 해외로 이전했는데 국내 리쇼어링을 통해 고부가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핵심사업 중 하나인 차세대 배터리 핵심 소재 투자를 통해 반도체, 조선, 방산 등과 함께 핵심성장 산업에서 대한민국의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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