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입장 바꾼 박수현 “재판중지법 추진 안 해...민주당 추진은 오해”
강훈식 “재판중지법, 사법개혁안 처리 대상에서 제외 요청해달라고 요청"
"이 대통령도 이 법안을 더 이상 정쟁의 장으로 끌고 가지말라 당부"
[미디어펜=권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3일 ‘사법불신 극복 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며 대통령 재임 중 형사재판 절차를 중지하도록 하는 ‘재판중지법’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당 지도부 논의 끝에 하루 만에 철회됐다.

이와 관련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재판중지법과 관련해 헌법상 당연히 중지되는 것이라며 "불필요한 법안"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강 실장은 특히 민주당에 이 법안을 사법개혁안 처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이는 사실상 대통령실이 민주당을 향해 이날 해당 법안 추진을 중단하도록 제동을 걸었다는 점을 시사한 대목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최근 대장동 사건에 대한 1심 유죄 선고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 재개를 촉구하자 재판중지법을 국정안정법, 국정보호법, 헌법 제84조 수호법으로 부를 것이라면서 입법 의지를 확고히 내비쳤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재판중지법 관련해 “7대 사법개혁안에 더해 ‘재판중지법’ 논의는 이제 현실적 문제로 부상했다”며 “이달 본회의에서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11.2./사진=연합뉴스

그런데 박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이 사안(재판중지법)은 민주당이 먼저 꺼낸 이슈가 아니다. ‘국정안정법(재판중지법)’은 추진하지 않는다”라며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것처럼 오해가 쌓였다”며 “오늘 최고위원회의와 지도부 간 논의 결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및 관세협상 성과 후속지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외교·통상 현안 대응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제 발표된 것은 다시 읽어보면 의원 개개인의 방어적인 논리였고 처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이다. 지도부 차원의 확정 입장은 아니다”라며 “민주당이 대통령 재판을 중단시키려 한다는 오해가 쌓여 있어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본회의에 부의된 재판중지법에 대해서도 “본회의 일정도 그 상태로 유지될 것이고 APEC 후속지원 특위 이후에도 재판중지법 추진 계획은 없다”면서 “대통령실과 조율을 거친 사안이다. 지도부 논의 결과를 대통령실에 통보했고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3일 용산 대통령실 기자회견장에서 재판중지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1.3./사진=연합뉴스

한편 강 비서실장은 이날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재판중지법 관련해 “헌법상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은 자동 중단되는 것으로 별도 입법이 필요하지 않다”며 “만약 법원이 헌법에 위배되는 판단을 내려 재판을 재개한다면 그때 위헌심판 제기와 함께 입법에 나서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강 비서실장은 “이 같은 판단에 따라 대통령실은 민주당에 재판중지법을 사법개혁안 처리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 대통령께서는 재판중지법 논란을 더 이상 정쟁의 장으로 끌고 가지 말라고 당부하셨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의 이번 입장에 이 대통령의 의중도 반영됐느냐'는 질문에 강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생각이 대통령실의 생각과 같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자신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고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해석해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재판중지법에 대해 "해당 법안이 불필요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이에 대해서는 바뀐 바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출범한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TF’에서는 법원행정처 폐지 및 사법행정·재판 분리 등 제도 개혁 방향 논의와 법원 내 권한 집중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사법개혁 입법을 연내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TF 단장을 맡은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개혁의 본질은 국민을 위한 사법부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며 “무전유죄·유전무죄 등으로 상징되는 사법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TF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사법개혁 TF를 통해 사법개혁에는 속도를 내되 논란이 된 ‘재판중지법’을 조기에 정리하고 7개 사법개혁 법안 중심의 입법 드라이브로 방향을 확정하면서 여론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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