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소윤 기자]'한강벨트 정비 최대어'로 꼽히는 성수전략정비구역이 지구별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울 강북권 재개발의 상징으로 주목받았던 1·2지구는 내홍과 입찰 실패로 정체된 반면, 3·4지구는 큰 잡음 없이 시공사 선정 절차가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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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4구역./사진=서울시 |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수전략정비구역 가운데 사업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던 성수1지구가 조합과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갈등 장기화로 표류 위기에 놓였다.
서울시는 최근 성동구 성수1지구 조합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 비대위가 제기한 유착 및 회유 의혹을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조합과 건설사 간 유착, 대의원 회유 등 의혹 모두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됐다.
이에 따라 GS건설·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 간 3파전이 유력해졌지만 조합과 비대위 간 대립이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 사업에서 시공사들은 조합 내 분쟁을 사업 연속성의 핵심 리스크로 평가하는데, 비대위가 조합장 해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내홍이 지속될 경우 과거 흑석9구역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시 흑석9구역은 비대위 주도의 조합장 해임과 시공사 계약 해지로 수차례 파행을 겪었고, 결국 시공사가 교체되면서 현대건설이 새로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특히 인접한 성수2지구가 시공사 입찰이 무산된 전례가 있는 만큼 성수1지구가 '제2의 2지구'가 될 수 있다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성수2지구는 올해 정비업계의 '최대어'로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이 집중됐던 사업지이나, 첫 시공사 입찰에서 '무응찰'이란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조합이 경쟁입찰 방침을 고수하자 사실상 유일한 후보로 거론됐던 DL이앤씨마저 참여를 포기한 것.
당초 성수2지구는 삼성물산·포스코이앤씨·DL이앤씨 간 3파전이 예상됐던 곳이다. 그러나 삼성물산은 내부 논의 끝에 불참했고 포스코이앤씨도 '공정한 경쟁 환경 조성이 어렵다'는 이유로 입찰 포기를 공식 통보했다. 이후 DL이앤씨마저 발을 빼면서 입찰은 무응찰로 막을 내렸다.
조합은 새 집행부를 구성해 내년 초 정기총회 이후 시공사 선정 절차를 다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2차 입찰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착공 시점은 최소 1년 이상 지연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고 시장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향후 재입찰에 나선다고 해도 비슷한 결과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 3지구 재가동·4지구 순항…'속도전' 본격화
반면 성수3지구와 4지구는 사업 정상화와 속도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성수3지구는 최근 설계공모 무효 판정을 받았던 해안건축을 다시 설계자로 재선정하며 정상화의 신호탄을 쐈다. 조합은 이사회와 대의원회 심의를 거쳐 해안건축을 수의계약 우선협상자로 확정했고, 오는 12월 20일 조합원 총회에서 최종 승인을 추진한다.
이번 재선정은 장기 지연으로 인한 조합원 분담금 부담과 사업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속도전' 성격의 결정으로 풀이된다. 앞서 해안건축은 지난 8월 설계공모에서 조합원 72%의 지지를 받았으나, 설계안이 정비계획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구청으로부터 무효 처분을 받았다.
이후 재입찰이 잇달아 유찰되며 사업이 공회전을 거듭하자 조합이 해안건축과의 재협상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다만 구청의 지적 사항을 반영해야 하는 만큼 일부 설계 수정과 행정 조율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성수4지구는 네 구역 중 가장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서울시에 통합심의를 공식 접수, 인허가 절차에 착수했다. 조합은 이르면 오는 12월 중 시공사 선정 공고를 내고 내년 3월 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시공권 경쟁은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맞대결로 압축됐다. 대우건설은 노량진5구역·흑석11구역 등 한강변 정비사업 경험을, 롯데건설은 잠실 롯데월드타워 시공 경험과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을 앞세워 표심 잡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 내 갈등이나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되면 사업 지연뿐 아니라 시공사 참여 의지도 약화될 수 있다"며 "시장 신뢰를 회복하려면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와 현실적인 입찰 전략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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