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압박 속 대출심사 '보수화' 가속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접수를 중지하고 나서면서 연말까지 '대출절벽'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당국의 강도 높은 압박 속에 은행들이 보수적 심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있어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 은행들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접수를 중지하고 나서면서 연말까지 '대출절벽'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사진=김상문 기자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연말 가계대출 총량 관리 차원에서 이날부터 올해 실행분에 한해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접수를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다만 내년 1월 이후 실행분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접수·심사가 진행된다.

앞서 다른 시중은행들도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모집인 채널을 차단하거나 한도를 축소하는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0일 올해 12월 실행 예정분까지의 모든 가계대출에 대해 대출 모집법인을 통한 신규 접수를 중단했다. 올해 실행분 한도가 모두 소진된 데 따른 조치다. NH농협은행은 11월 실행분까지 한도를 모두 소집했고, 12월 실행분에 대해서는 한도 검토 중으로 신규 신청을 받지 않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모집인을 통한 가계대출 신규 접수를 올해 말 실행분까지 전면 중단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안정적인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12월 말까지 실행되는 모집인 채널 가계대출 접수를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모집인 채널 중단은 아니지만, 연말까지 가계대출 한도를 월 10억원으로 제한하는 등 대출 물량 조절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이 대출 총량 목표치를 초과할 경우 내년 대출 허용 한도를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음에 따라 은행들의 대출 태도는 더욱 보수적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4분기 은행의 대출태도 종합지수는 –14로 집계됐다. 전분기(-28)보다 개선된 수치이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영역에 머물고 있어, 강화된 대출 심사 기조가 유지될 것임을 시사한다. 가계 주택대출(-28), 일반대출(–19)은 특히 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질 것으로 나타냈다.

연말을 앞두고 은행들이 이미 대출모집인 채널 차단, 지점별 한도 축소, 고정금리 위주의 상품 재편 등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실수요자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은행들이 이미 연간 대출 증가 목표치를 초과한 상황에서 추가 대출 취급은 사실상 어려운 구조"라며 "당국의 총량 규제 압박 속에 연말까지 은행들의 대출 심사가 전반적으로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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