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재명 대통령은 4일 "정부가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은 바로 인공지능(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안"이라며 728조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에서 내년도 정부예산 728조 원에 대한 여야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하는 시정연설에 나섰다. 이날 야당인 국민의힘은 전날 내란특검의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청구 등을 문제 삼아 이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총지출을 올해 대비 8.1% 증가한 728조원으로 편성했다"며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전환에 10조1000억원을 편성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은 제가 대통령 취임선서를 한지 정확히 5개월 되는 날"이라며 "불법 계엄의 여파로 심화된 민생경제 한파 극복을 위해 지난 5개월 동안 비상한 각오로 임했고, 다행히 지금 우리 경제는 위급 상황을 벗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올해 1분기 마이너스로 후퇴했던 경제성장률이 3분기에 1.2% 반등해 6분기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가지수도 4000을 돌파했다"며 "주가를 옥죄던 지정학적·지배구조·시장투명성 리스크가 일부 개선되고, AI 등 산업경제정책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간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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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2025.11.4./사진=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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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그러나 여기에서 안주하거나 만족하기엔 우리가 처한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다"면서 "우리는 지금 겪어보지도 못한 국제 무역통상질서의 재편과 AI 대전환의 파도 앞에서 국가 생존을 모색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달이 뒤처지고, 정보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일 년이 뒤처지겠지만,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지게 된다"면서 "안타깝게도 지난 정부는 천금 같은 시간을 허비한 것도 모자라 연구개발(R&D) 예산까지 대폭 삭감해 과거로 퇴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마련한 2026년 예산안은 바로 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다. AI 시대, 미래성장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전략적 투자인 만큼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내년 예산안의 중점 방향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먼저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전환에 총 10조1000억원을 편성했고, 이는 올해 3조300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라며 "이 중 2조6000억원은 산업·생활·공공 전 분야 AI 도입에 투입하고, 인재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7조5000억원을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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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11.4./사진=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
또 "우선 피지컬 AI 선도 국가 달성을 위해 중점사업에 집중 투자하겠다"며 "로봇, 자동차, 조선, 가전·반도체, 팩토리 등 주요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AI 대전환을 신속하게 이루기 위해 향후 5년간 약 6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이 대통령은 바이오헬스, 주택·물류 등 생활밀접형 제품 300개의 신속한 AI 적용 지원, 복지·고용, 납세, 신약 심사 등을 중심으로 공공 부문 AI 도입 확산,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급인재 1만1000명 양성 계획도 설명했다.
특히 지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방한해 한국 정부와 기업에 그래픽처리장치(GPU) 총 26만장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상기시키며 "AI 시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고성능 GPU 1만5000장을 추가 구매해 정부 목표인 3만5000장을 조기에 확보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엔비디아에서 GPU 26만장을 한국에 공급하기로 한 만큼 국내 민간기업이 GPU를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AI·콘텐츠·방위산업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 R&D 투자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000억원으로 19.3% 확대 편성했다.
방위산업을 AI 시대의 주력 제조업으로 육성하고, 방산 4대 강국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내년도 국방예산도 올해보다 8.2% 증액된 약 66조 3000억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래식 무기체계를 AI 시대에 걸맞은 최첨단 무기체계로 재편하고 스마트 강군으로 신속히 전환할 것"이라며 "국방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우리의 염원인 자주국방을 확실히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서는 "평화가 흔들리면 민주주의도 경제도 국민의 안전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며 "남북 간 신뢰 회복과 대화 협력 기반 조성을 위해 담대하고 대승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 K-콘텐츠 펀드 출자 규모를 2000억원 확대해 문화콘텐츠 산업에 투자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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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11.4./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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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저소득층의 안정적 소득기반 마련을 위해 기준중위소득을 역대 최대인 6.51% 인상해 생계급여를 4인 가구 기준 매월 200만원 이상 지원키로 했다.
또한 근로감독관 2000명 증원 및 건설·조선업 등 산재 빈발 업종은 현장을 상시 점검, 1만7000개소의 영세사업장과 건설 현장에 안전시설 확충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해·재난 예방 및 신속 대응에 전년 대비 1조8000억원을 증액한 총 5조5000억원을 편성한 사실도 언급했다.
연령대별 맞춤형 지원으로 인구구조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출생률 반등을 위해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만7세에서 2026년 만8세 이하까지 확대하고, 임기 내 12세 이하까지 늘려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경주 APEC 정상회의와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의 성과도 소개했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선 "관세 협상을 타결해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국과 동등한 수준의 관세를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원자력 추진 잠수함 핵연료 공급 협의의 진전을 통해 자주국방의 토대를 더욱 튼튼하게 다지고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획기적 계기 마련으로 미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한중 관계를 전면 회복하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실용과 상생의 길로 다시 함께 나아가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영혼까지 갈아 넣으며 총력을 다했다"며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바탕으로 국력을 키우고 위상을 높여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신속한 예산안 처리를 위한 초당적인 협력 요청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비록 여야 간 입장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진심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며 "이번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에 통과돼 대한민국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 2026년 예산안이 신속히 확정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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