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롯데케미칼, 정부에 사업재편 초안 제출
대산 이어 여수·울산서도 사업재편안 마련 중
여전히 더딘 속도에 사업재편 차질 우려도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석유화학업계가 구조조정 방안 마련을 놓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대산 산업단지를 시작으로 서서히 성과가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여수와 울산 산업단지에서는 업체 간 이견이 발생하면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구조조정 마지노선을 올해 말로 설정한 만큼 업계 내에서는 속도를 내 늦어도 이달 중으로 초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 정부가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HD현대와 롯데케미칼이 사업재편 초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사진은 여수 산업단지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4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와 롯데케미칼은 최근 사업재편 초안을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안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롯데케미칼이 대산공장의 NCC(나프타분해설비) 등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HD현대케미칼에 이전해 설비를 통합하고, HD현대케미칼은 현금출자를 통해 합작사를 세우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이달 중으로 채권단 협의회의 실사가 마무리되면 정부는 다음 달 중으로 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구조조정 초안 제출은 정부가 석유화학산업의 구조 개편 계획을 내놓은 뒤 나온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는 평가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HD현대와 롯데케미칼의 사업재편 움직임이 구체적이고 가장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며 “정부가 기업들에게 자율로 맡기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합의점을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여수·울산서도 논의 지속…변수도 존재

대산 산업단지에서 사업재편 초안을 제출한 만큼 다른 산업단지에 위치한 기업들이 받는 압박도 더 커질 전망이다. 다만 여전히 이견이 발생하고 있어 빠르게 합의점을 찾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수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의 논의가 한창이다. LG화학이 GS칼텍스에 NCC를 마객하고 합작법인 설립해 통합운영하는 방안을 두고 의견이 오갔지만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에서는 SK지오센트릭, 대한유화, S-OIL이 사업재편을 논의 중이다. 지난 9월 말에는 ‘울산 석화단지 사업 재편을 위한 업무협약(LOI)’을 맺으면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설비 통합 논의는 크게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S-OIL의 샤힌 프로젝트가 변수가 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2026년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석유화학 복합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본격 가동 시에는 연간 에틸렌을 180만 톤 생산할 수 있다. 

S-OIL는 정부의 구조조정에 대해 적극 협력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샤힌 프로젝트의 감축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S-OIL 관계자는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특히 울산 지역은 에틸렌, 부타디엔 등 석유화학 중간 원재료 공급이 부족한 상황인 바 샤힌이 이런 수입 물량을 국내 생산으로 대체해 울산 산업 단지 전체의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감축 가능성을 배제했다. 

SK지오센트릭 측도 “PX와 벤젠 등 아로마틱 계열은 사업재편 대상이 아니다”라며 “현재 울산단지 내 3사는 정부 정책에 맞춰 업무 협의를 진행 중에 있지만 구체적인 옵션이 아직 작성되지 않아 공유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는 초안 마련해야”

이에 대해 업계 내에서는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기업들이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연말까지 사업재편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기업별 이견과 논의 지연이 지속될 경우 구조조정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사업재편 초안을 제출하더라도 실사, 정부와의 소통 등의 과정이 필요기 때문에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는 정부 측에 초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주장이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업재편인 만큼 기업들도 발을 맞춰줘야 인센티브나 지원안 등에 대해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속도전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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