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을 비롯한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했던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3일 사망했다.
정부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 명의 조의문을 내고 김 전 상임위원장의 사망에 애도의 뜻을 표했다.
정 장관은 4일 본인 명의의 조의문에서 “김 전 상임위원장의 부고를 접하고 애도의 뜻을 표한다”면서 “김 전 상임위원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북측 대표단을 이끌고 방남해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기여한 바 있다"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또한, 2005년 6월과 2018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평양에서 김 전 상임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를 위해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북측 관계자 여러분께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주요인사가 사망했을 때 남북 간 전통문을 통해 조의를 표해왔다. 하지만 2023년 4월 이후 북한이 군 통신선과 남북연락사무소 채널 등 남한과 모든 통신을 단절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에는 전통문없이 조의문만 발표하게 됐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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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9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남북 단일팀 선수 입장에 박수를 치고 있다. 오른쪽은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 내외. 뒤줄에 양손을 흔드는 사람이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맨 오른쪽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2018.2.9./사진=청와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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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통신은 4일 "우리 당과 국가의 강화발전사에 특출한 공적을 남긴 노세대 혁명가인 김영남 동지가 97살을 일기로 고귀한 생을 마쳤다"고 부고를 전했다. 사인은 암성중독에 의한 다장기 부전이라고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오전 1시 주요 간부들과 함께 김 전 상임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평양시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을 찾아 조문했다.
김 전 상임위원장의 장례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내각 결정에 따라 국장으로 치러진다. 국가장의위원회에는 김정은을 비롯해 박태성 내각 총리,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고위 간부들이 이름을 올렸다.
김 전 상임위원장은 노동당 국제부와 외무성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북한 외교에서 중책을 맡았던 인물이다. 특히 3대 권력 체제의 변화 속에서도 고위간부라면 한 번씩 겪는 좌천이나 '혁명화'를 한 번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은 정권에서도 방북한 정상급 인사를 영접하는 등 정상외교의 한 축으로 활약하다가 지난 2019년 91세를 끝으로 60년 넘게 이어온 공직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는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 남한을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했고, 그해 2월 9일 치러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들의 공동입장을 보며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같은 달 11일 서울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에서도 수 차례 눈물을 닦는 모습을 보였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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