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자문' 재판 증인 부담... 3년째 선영 방문 중단
스스로 '불법' 증언 딜레마... 민유성 측과 '네 탓 공방'도
과거에도 '효심' 진정성 의문... 부친 주식 강제집행 시도까지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연초에 이어 부친 신격호 창업주의 선영을 찾아 참배한 반면,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발길은 3년 가까이 끊겨 대조를 이루고 있다. 특히 생전 부친에 대한 효심을 강조했던 신 전 부회장이기에 이러한 행보는 의문을 낳는다. 재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불법 자문' 혐의로 재판 중인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사건의 핵심 증인으로 지목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31일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위치한 신격호 창업주 선영을 찾아 참배했다. 신 회장은 연초와 명절 즈음해 부친의 뜻을 기리며 참배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고, 지난해 9월 추석 연휴 중에도 울주군 선영을 방문한 바 있다.
반면 신 창업주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선영 방문은 2022년 11월 이후 3년 가량 멈춰 있어 신 회장 행보와 대비된다. 생전 부친에 대한 효심을 유독 강조했고 이를 분쟁 과정에서 활용했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신 전 부회장의 행동은 공감을 얻기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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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10월8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경영권 분쟁 긴급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미디어펜DB |
신 전 부회장이 한국에 오지 않는 배경으로, 지난 1월 원심 판결 후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변호사법 위반 재판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민 전 행장은 2015년 전후 준법경영 위반으로 해임된 신 전 부회장의 경영복귀를 위해 불법 자문을 한 혐의로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3년에 추징금 198억원을 선고받았다. 검찰과 민 전 행장은 모두 항소해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민 전 행장을 기소한 검찰은 핵심 증인으로 신 전 부회장을 지목하고 법정에 출석시키기 위해 2년 여 동안 해외 사법공조까지 받으며 노력했으나 신 전 부회장 측은 응하지 않았다.
과거 민 전 행장이 신 전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용역비 108억 원 추가 청구 민사소송 1심에서 민 전 행장이 부분 승소했으나, 항소심에선 신 전 부회장이 두 사람 간 계약(프로젝트 L) 내용이 변호사법 위반에 해당하므로 무효라고 주장했고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받아 들여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즉, 민 전 행장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민사재판에서 특정한 사람이 신 전 부회장이기 때문에 검찰이 그를 핵심 증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 입장에선 민 전 행장 변호사법 위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신 전 부회장이 롯데그룹을 흠집 내기 위해 민 전 행장과 맺은 계약이 불법 성격이었다고 스스로 증언해야 하는 상황이다.
증인으로 출석하면 민 전 행장 측과 ‘네 탓 공방’도 감수해야 한다. 재판 과정에서 민 전 행장은 실제 신 전 부회장이 프로젝트를 총괄했고 본인은 재무 컨설팅 역할만 했는데, 신 전 부회장이 민사 재판에선 민 전 회장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허위진술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신 전 부회장이 일본 컨설팅사, 탐정업체 등을 고용해 신동빈 회장을 몰아내기 위한 일을 벌이기도 한 사실이 민 전 행장 측에 의해 재판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신 창업주 생전에도 신 전 부회장 효심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2015년 10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 신 창업주의 집무실을 물리적으로 장악한 신 전 부회장 측은 이후 신 창업주의 지시서, 위임장, 임명장 등 상법적 효력이 불분명한 문서와 영상들을 수시로 공개했다. 당시 단기 반복학습을 통한 의도된 문서와 영상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2016년 서울가정법원에서 내린 신 창업주의 한정후견인 판결문에도 "친족 등 관계인들의 이해관계나 반복된 학습 등으로 왜곡되어 있다면 법원은 사건 본인의 복리를 위해 후견 개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과거 부친의 주식을 취하기 위해 일을 벌이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은 2017년 1월 신 창업주가 납부해야 할 증여세 약 2000억 원을 대신 납부하고 부친과 금전대차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은 한 달에 불과했고 담보는 당시 신 창업주가 보유하고 있었던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 롯데칠성음료 주식 전량이었다. 그 후 한 달여가 지나 신 창업주는 신 전 부회장이 담보에 대한 강제집행 관련 서류를 발급 받았다는 우편을 받게 됐고 다른 자녀들도 해당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결국 신 전 부회장 행동은 저지됐지만 정신건강이 미약한 부친을 기망하고 맺은 금전대차계약은 세간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2017년 롯데그룹 지주사 롯데지주 설립 전 진행된 관련 계열사 주총장에도 신 창업주 후견인을 거치지 않은 위임장을 들고 왔다가 쫓겨나기도 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이 후견인 몰래 부친의 위임장 날인을 받은 상황이었다.
한편 신 전 부회장이 부친 선영 방문을 중단한 지난 3년간 한국에 아예 들어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7월 서울 이태원 모처에서 일부 언론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롯데 경영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민 전 행장 재판 증인 출석에 응하지도, 부친 선영에 방문하지도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을 흠집내기 위한 ‘프로젝트 L’ 계약의 총괄이 신동주 전 부회장 본인인지 여부와 상관 없이, 그가 불법 성격의 계약을 맺고 실행에 가담한 사실은 변함 없기 때문에 민 전 행장 재판 증인 출석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도 부친이 경영했던 과거의 가치 회귀를 강조하는 신 전 부회장이 정작 부친 선영을 3년간 방문하지 않은 사실은 모순된 점이 있어 보인다"라고 전했다.
[미디어펜=이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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