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에세이 '후회하지마' 출간하고 4일 기자간담회 가져
선배 안성기 건강 악화 걱정하며 "내 책 오롯이 느낄수 있으면..."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제가 20대 때 '야, 남자로 태어나서 후회는 없는 거야, 반성만 있는 거야'라는 말을 많이 하고 살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후회되는 게 너무너무 많아요. 책 제목은 '후회하지 않으려고 살았으나 너무 후회되는 일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안성기와 더불어 한국 영화에서 분명하고 확실한 지분을 공유하고 있는, 그래서 누구나 서슴치 않고 '국민배우'라는 칭호를 달아주는 영화배우 박중훈이 자신의 40년 영화 인생을 석 달 동안 정리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그는 지난 달 29일 '후회하지마'(사유와공감 출판)라는 책을 냈다.

지난 4일 오후, 100년의 향기를 고스란히 머금고 있는 서울 중구 정동에 있는 '정동1928 아트센터' 2층 컨퍼런스홀에서 박중훈이 오랜만에 수많은 기자들 앞에 섰다. 자신이 '감히' 책을 썼고, 그 책을 '감히' 세상에 내놓고, 그리고 '감히' 그 책이 힘겹게 살아내고 있는 이 땅의 MZ 세대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면 한다는 취지에서 난생 처음 '영화'가 아닌 일로 기자들 앞에 선 것이다.

   
▲ 4일 서울 중구 정동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영화배우 박중훈의 자전적 에세이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미디어펜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없는 배우 박중훈은 이 날 기자간담회에서 책 제목과는 달리 자신의 삶 속에서 후회하고 있는 대표적인 일 2가지를 먼저 거론했다. 젊은 시절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했던 것과 가족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그것이었다.

박중훈은 "20대 때는 피가 펄펄 끓어서 아주 거칠었고 욱했다"면서 "시비가 걸려 와도 좀 삭이고, 그러려니 하고 못 본 척도 해야 하는데 한 마디도 안 지고, 일일이 다 응징하고 다녔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30여 년 전 혈기왕성하던 첫 전성기의 박중훈을 바라볼 수 있었던 기자도 박중훈의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박중훈은  "제 아이가 세 살 때인가 네 살 때, 촬영하러 나가는데 '아빠, 우리 집에 또 놀러 오세요'라고 하더라"면서 "더군다나 재일교포인 엄마랑만 주로 얘기하다 보니 그때까지 한국어가 서툴러서 일본어로 말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아내의 통역으로 그 말을 들었는데, 바빴을 때였더라도 가족들과 조금 더 함께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한창 시절 그는 짧아도 석달, 길면 8개월 동안 해외에서 영화 촬영에 임한 적도 있다. 그의 책 '후회하지마'에도 그런 대목이 나온다. 8, 90년대 열악하다 못해 지옥같았던 한국 영화의 제작 환경에서는 적잖게 있는 일이었다. 그러니 어린 아들 입장에서 박중훈을 아빠로 기억하는 것도 어쩌면 감사할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1966년 생인 박중훈은 내년 3월이 되면 생물학적인 나이는 환갑을 맞고, 그리고 그의 데뷔작인 영화 '깜보'의 개봉일을 기준으로 하면 그는 데뷔 40주년이 된다. 한국 영화의 8, 90년대의 역사가 고스란히 그의 인생에 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박중훈은 자신의 자전적 에세이 '후회하지마'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하는 일들이 많다"고 썼다. /사진=사유와공감 제공


그의 책에도 여러 차례 언급된 '스승이자 친구' 안성기에 대해 이 날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했다. 안성기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 (안성기의) 건강이 상당히 안 좋은 상태"라고 말을 시작했다. 박중훈은 "얼굴을 뵌 지가 1년이 넘었다"며 "개인적으로 통화나 문자를 할 상황이 안 돼서 가족 분들과 연락하며 근황을 물어보고 있다"고 해 안성기의 건강이 알려진 것보다도 더 안좋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 박중훈은 "말은 덤덤하게 하지만 굉장히 슬프다"며 "(안성기는) 나와 40년 동안 영화 4편을 했던 존경하는 스승님이자 선배님, 친한 친구이자 아버지 같은 분이다. 배우로서나 인격적으로나 존경하는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이렇게 제가 책을 낸 것을 오롯이 다 느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신 것 같아서 그런 면에서는 아주 슬프다"고 전했다.

한편 그가 에세이 '후회하지마'를 집필한 것은 지난 여름 석 달 동안이다. 그는 지난 1월 후배 배우 차인표의 권유로 책 쓸 생각을 했다고 한다. 수 개월 동안 자신이 책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40년의 영화 인생을 반추해보자는 결심을 한 후 6월 출판사와 출간에 대한 계약을 했다. 그리고 그는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으로 들어갔고, 그 뜨거웠던 7, 8, 9월을 온전히 그곳에서 칩거하며 길게는 하루 16시간씩 책을 써냈다고 한다.

그는 "글을 쓰다가 새벽 5~6시까지 밤을 새우는 정도가 아니고, 낮 열두 시까지 쓴 적도 있다"면서 "쓰다 보면 '내가 이랬구나' 하면서 눈물이 흐르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 이 날 기자간담회에서 박중훈은 선배 안성기의 건강을 염려하며 안타까워 하기도 했다. /사진=미디어펜


그러면서 그는 이 책 '후회하지마'에 대해 "제가 사실 자신감이 없고, 책망과 자책을 많이 하면서 자신에 대한 칭찬에 인색한 편"이라면서 "책을 쓰다 보니 '힘들게 노력해온 나 자신이 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은)저 자신한테 선물을 준 것 같다"면서 "책 쓰기 전보다 자존감이 좀 올라가고, 밝아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와 함께 박중훈은 "추악한 부분까지 낱낱이 꺼낼 필요는 없겠지만, 잘했던 일이든 못 했던 일이든 다 제가 했던 일이기 때문에 잘 회고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피아니스트 문아람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박중훈의 영화 연대기를 기록으로만 알만한 MZ 세대 젊은 기자들부터 박중훈의 데뷔 시절부터 지켜봐 왔던 관록의 노기자들까지 참석해 박중훈의 책에 대한 관심을 그대로 드러냈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