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한국 해외투자 1호 기업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던 남방개발(현지 법인명 코데코)의 창업주 최계월 회장이 27일 오후 3시 별세했다. 향년 96세.
1919년 경상남도 창원군 동면에서 태어난 고인은 일본에서 성장했으며 와세다대 법학부에서 수학했다. 대학 재학 당시 학병으로 일본 육군 항공정보·전파탐지기관리 장교로 근무했다.
학교를 졸업한 1947년 일본 동양무역사 사장을 거쳐 흥아상사 전무로 일하다 1963년 코데코를 세우고 국내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 인도네시아 산림개발에 뛰어들었다.
가난하고 배고픈 시절이라 외환 보유고가 넉넉지 않을 때였지만 최 회장은 김종필 전 총리와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박정희 정부를 설득, 당시 외환 보유액 4천300만 달러의 10%가 넘는 450만 달러를 차관해 해외로 나갈 수 있었다.
이후 그는 칼리만탄 원시림 개발로 큰 돈을 벌어들여 '칼리만탄의 왕'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칼리만탄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섬 보르네오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하는 지역이다. 최 회장은 독충과 맹수가 우글대는 열대우림이었던 이곳을 개발해 현대식 도시로 변모시키며 사세를 확장했다.
최 회장은 국내인으로서는 최초로 외국 유전개발사업에 뛰어들어 1981년 인도네시아 마두라 유전지역에서 광맥을 발견해 개발하기도 했다.
이후 마두라에 정부의 석유사업기금 포함 1억 7천만 달러가 투자돼 1985년부터 원유 생산이 시작됐다. 그러나 초기 1만 5천 배럴에 달했던 생산량이 1년 만에 700배럴 정도로 급감하면서 사업이 실패했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은 비난 여론을 면치 못했고 정치자금 수수설까지 일면서 검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최 회장은 합판, 고무, 시멘트, 화력발전소에 이어 석유와 가스로 사업 영역을 넓혔고, 1994년에는 서마두라 가스전을 준공해 하루에 4천만 입방피트 천연가스(LNG)를 생산하는 등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
최 회장은 이듬해 수하르토 대통령으로부터 인도네시아 독립 50주년 기념 경제발전 특별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1997년에는 전후 아시아에 불어닥친 외환위기를 계기로 사세가 기울어 직원 임금이 체불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 회장은 끊임없이 재기를 시도했다.
일본에 체류해온 것으로 전해진 최 회장의 빈소는 일본 도쿄도(東京都) 주오(中央)구의 절 쓰키지 혼간지(築地 本願寺)에 차려졌다. 발인은 29일 오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