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 노조 "철학·역량 갖춘 내부인사 임명해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국책은행에 내부출신 인사 기용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산업은행이 지난 9월 신임 회장에 박상진 전 준법감시인을 임명한 데 이어 한국수출입은행도 지난 5일 신임 행장으로 황기연 상임이사를 임명했다. 두 은행의 새 수장 임명을 계기로 내년 1월 임기만료를 앞둔 김성태 기업은행장의 거취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연임보다 교체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데, 노조는 내부출신 인사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전날 신임 행장으로 황기연 현 상임이사를 제23대 수출입은행장으로 기용했다. 전임 윤희성 행장에 이어 설립 이후 두 번째 내부 출신 인사다. 수은은 지난 7월 말 윤 전 행장의 퇴임 후 안종혁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됐는데, 3개월 이상의 공백 끝에 새 수장을 맞이하게 됐다. 

   
▲ 국책은행에 내부출신 인사 기용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산업은행이 지난 9월 신임 회장에 박상진 전 준법감시인을 임명한 데 이어 한국수출입은행도 지난 5일 신임 행장으로 황기연 상임이사를 임명했다. 두 은행의 새 수장 임명을 계기로 내년 1월 임기만료를 앞둔 김성태 기업은행장의 거취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연임보다 교체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데, 노조는 내부출신 인사를 줄곧 강조하고 있다./사진=기업은행 제공


황 신임 수은 행장은 1990년 수출입은행에 입행한 이후 서비스산업금융부장, 인사부장, 워싱턴사무소장, 기획부장, 남북협력본부장 등을 거쳐 2023년부터 상임이사로서 리스크관리, 디지털금융, 개발금융, 정부수탁기금 업무를 총괄했다. 특히 은행업무 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요한 식견을 갖췄고, 소통 리더십으로 수은 직원들로부터 높은 신망을 받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산은도 지난 9월 강석훈 전 회장의 후임으로 박상진 전 준법감시인을 회장으로 임명했다. 박 회장은 1990년 산은에 입행해 옛 기아그룹·대우중공업·대우자동차 TF팀, 법무실장, 준법감시인 등 주요 보직을 거친 기업구조조정·금융법에 정통한 정책금융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두 은행이 내부출신 인사를 연이어 새 행장으로 기용함에 따라, 마지막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23년 1월부터 기업은행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성태 현 행장은 내년 1월 2일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현재로선 연임보다 교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앞서 산은과 수은이 기존 행장의 연임 대신 임기 만료 후 새 수장을 맞이한 데다, 올해 6월 새 정권이 출범한 까닭이다. 

또 3년 간 순이익 증가 등 무난한 실적을 거뒀지만, 올해 1월 전·현직 직원의 882억원 부당대출 금융사고가 알려지면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아울러 기업은행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역대 25명의 행장 중 연임한 사례는 두 건에 그쳤다. 이를 계기로 금융권에서는 행장 교체 가능성이 좀 더 우세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기업은행이 신임 행장을 맞이할 경우 김 행장에 이어 내부출신 인사를 맞이할 지도 주목된다. 기업은행은 1961년 설립 후 역대 행장 25명 중 내부 출신 행장이 5명(17대 김승경, 23대 조준희, 24대 권선주, 25대 김도진, 27대 김성태)에 불과하다. 

그동안 국책은행 수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만큼, 외부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늘 잡음이 있었다. 이는 정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책은행이라는 특수적인 요인도 한 몫 한다. 대표적으로 윤종원 전 기업은행장은 지난 2020년 1월 취임 직후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출신이라는 이유로 노조의 출근 저지 투쟁을 맞이해야 했다. 결국 윤 전 행장은 약 26일 간 출근을 하지 못했다. 산은도 외부인사이자 부산이전을 추진했던 강석훈 전 회장의 출근길을 가로막으며 투쟁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내부출신 차기 행장 후보로 김형일 기업은행 전무이사,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 양춘근 전 IBK연금보험 대표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한편 기업은행 노조는 행장 교체를 염두한 듯 외부 낙하산인사의 임명을 경고한 상태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달 30일 성명서를 통해 "기업은행 노동자는 철학과 역량을 갖춘 새 은행장을 원한다"며 "현 집권 세력이 윤석열 정권에서 만연했던 '함량 미달 측근 임명, 보은 인사'를 답습한다면, 기업은행뿐만 아니라 금융산업 전체 노동자의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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