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CEO 인사 기조, 키워드는 '내실 강화'…생존 경영 박차
한화·코오롱·신세계건설, CEO 교체 잇달아…'재무 안정' 총력
[미디어펜=박소윤 기자]건설업계가 최고경영자(CEO)를 '재무통'으로 교체하며 생존을 위한 내실 경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원가 상승과 분양시장 침체 등 복합적 위기가 장기화하자 재무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해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겠다는 전략이다.

   
▲ 건설사들이 재무 전문가 출신 인물들을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있다. 원가 상승과 분양시장 침체 등 위기 속에서 재무 전문가 선임을 통해 내실 경영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그룹은 건설부문 대표이사로 김우석 한화전략부문 재무실장을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30여 년간 그룹 내 재무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정통 재무통'으로, 안정적 자금 운용과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규모 투자와 글로벌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상황에서 '재무 안전판'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화 건설부문은 2023년과 2024년 각각 22억 원, 30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 2년 연속 적자를 냈지만 올 상반기 959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반등의 신호탄을 쐈다. 올해 들어 몇 년 간 이어졌던 적자 고리를 끊고 흑자전환에 성공한 만큼 향후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 중심의 내실 경영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화 건설부문의 경우 금융권과의 협업을 통한 자금 조달이 필수적인 대규모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하고 있어 김 내정자의 재무 네트워크를 통한 시너지도 기대된다. 

코오롱글로벌도 지난달 김영범 코오롱ENP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쇄신에 나섰다. 김 대표는 그룹 내 재무·기획 라인을 두루 거치면서 실무 경험을 쌓은 인물로, 원가구조 개선과 수익성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코오롱글로벌의 올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388.3%로 지난해(551.4%) 대비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건설도 사령탑을 새로 꾸렸다. 그룹 인사를 통해 이마트에서 재무담당 및 지원본부장을 지낸 강승협 대표를 신임 수장으로 앉혔다. 강 대표는 유통업에서 쌓은 자금 운용 경험을 토대로 비용 효율화와 현금흐름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건설의 상반기 부채비율은 259.8%로, 지난해 말(209.5%)보다 약 50% 증가하는 등 유동성 확충이 필요한 상태다. 

이처럼 주요 건설사들이 '재무통 CEO'를 수장으로 발탁하는 배경에는 불황 장기화에 따른 선제적 방어 전략이 깔려 있다. 고금리·고원가·저분양 등 삼중고 속에서 외형 성장보다 손익 중심의 내실 경영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재무 전문가 출신 인물들이 건설사 대표 자리에 오르는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말 주우정 전 기아 재경본부장을 대표이사로 선임, 재무 중심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주 대표는 제조업 기반의 글로벌 재무 경험을 살려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지난해 12월 CFO(최고재무책임자) 출신 정경구 대표를 선임한 뒤 체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정 대표는 부실 리스크 해소와 재무건전성 회복을 추진,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45% 끌어올리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는 시점에서 '공격보다 방어'가 중요한 시기"라며 "이익 중심 경영과 리스크 관리 능력을 겸비한 재무 전문가들이 CEO로 떠오르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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